11월 14일 금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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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학생으로부터 나의 말투에 대

한 불만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우리

들의 말에 너무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답을

하는 편이라서 무안하고 서운할 때가 많았

다고 했다. “내가 정말 그랬나” 하며 고개

를 갸우뚱거리자 학생은 내 말을 흉내 냈

다. “안 돼”, “그건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등. 그 말들은 쌀쌀맞고 공격적으로

들렸다. 어떤 상황에 대해 빨리 의사를 밝

히려다 보니 상대방을 미처 배려하지 못

했던 것 같다.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부드럽게

전해지도록 하는 게 ‘쿠션 언어’다. 벽에 기

댈 때 쿠션이 있으면 훨씬 편한 것과 같 은 이치다. 이를테면 ‘미안하지만’ 또는 ‘무

슨 말인지는 알겠는데’라는 말로서 대화 를 시작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상대방

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 “그렇게 말씀하

시는 게 이해는 됩니다만, 저는 다르게 보 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자신의 의견 을 발표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쿠션 언어 의 역할이다.

쿠션 언어가 상투적이거나 가식적인 말

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말

이란 낱말로만 전해지는 게 아니다. 말할

때의 표정, 어조, 몸짓까지 함께 전해진다.

진실한 마음으로 ‘죄송합니다만, 양해해 주신다면, 괜찮으시다면’이라고 한다면 상

대방도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이 들면서 신

뢰가 생길 것이다.

쿠션 언어에 농담을 곁들이면 더욱 효과 적이다. 남편은 종종 밤샘 근무를 하고 이 른 아침에 퇴근한다. 그리고는 기절한 듯

잠이 들어 너덧 시간을 내리 잔다. 그날 아

침에도 그럴 줄 알고 잠시 은행에 다녀왔 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덜거덕대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남편

이 화난 표정으로 거실에 서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기고? 애들도 낮잠 자

고 일어나서 엄마 없으면 우는 거 모르 나?”

황당한 얘기였다. 이럴 때 강대강으로

가면 시끄러워진다.

“아이구. 당신이 놀랬구나. 나는 이제 당 신이 더 큰 줄 알았지.”

나의 조용한 반격에 그는 더 말이 없었

다. 말이 거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의 말투를 닮기가 쉽다. 채소를 아무리

부드럽게 데쳐도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 면 질겨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경 향은 특히 유치원 아이들에게서 잘 드러

난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주 소리를 지르

게 되면 아이도 은연중에 따라 한다. 유치

원 선생님이 제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선생님에게 “선생님, 나가”라고 소리 지른

아이 얘기를 들었다. 거친 말을 쓰는 아이

뒤에는 더 거친 말을 쓰는 부모가 있게 마

련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옳은 말이지만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아’ 다르고 ‘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전한다.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에 둘러싸여 있으면 자신의 문제점을 알 수 없다. 그래 서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 다. 평가와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이때 상대방이 가벼운 농

담이라도 건네 오면 반갑고 긴장감도 풀린 다. 상황에 맞는 농담 한마디는 멋진 언어 유희다. 어떤 토론회에 다녀온 뒤 그날의

주제는 어렴풋한데 비해, 그날 들은 농담 한마디는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

서 농담도 쿠션 언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대략 오백만 마디의

말을 한다. 나의 경우, 말로 인한 영광보다

는 말에서 비롯한 오해와 다툼과 갈등이

훨씬 더 많았다. 간간이 지난날 나의 말실

수를 떠올리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주로

배려 없이 내뱉은 말 때문이다.

바둑을 둘 때 바둑 알도 허투루 두지 않

듯이, 말도 ‘둔다’는 느낌으로 한다면 나의

언어생활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하태린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부탁 좀요 제발 바짓단 좀 걷으래요 세상이 불편한 평발

그냥… 아무거나 좀 주세요

제발 발 발 좀 주세요 아니 동그라미 세 개쯤 그거 신으면 나도 굴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움직이지 않으면 뿔나요 진짜로 알고 보면 신앙 비슷한 뿔 괜히 생겼다가 방향도 없이 커지는 고집 같은 것 한 번 주저앉으면 세상이 미는 대로도 안 가요 움직임이 나를 밀어도

나를 꺾지 못하는 믿음이 있죠 꼭대기는 늘 떨려요 정점은 나래처럼 흔들리고 누군가는 거기서 매일 미끄러져요 물론 더하죠 외로운 당신일수록

그래서 다들 납작해지죠

땅처럼 말 안 하고 엎드려 있는 게

요즘의 안전 자세예요 소화불량은 덤이죠

오늘은 비 내리고

나무도

그래도 난 늘 당신만 사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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