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차
월요일
1 내가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2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 내 손을
거두지 아니하였으나 내 영혼이
3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고 불안하여 근심하니 내
4 주께서 나의 눈을
5
6
7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기억하라: 잊지 않기 위해 사는 믿음 시편 77:1–12
8
대대로 폐하였는가
9
긍휼을 그치셨는가 (셀라)
10 또 내가 말하기를 이는 나의 괴로움이라 곧
오른손의 해가 변하였도다 하였나이다
11 곧 여호와의 옛적 기사를 기억하리니 주의
12 내가 또 주의 모든 일을 묵상하며 주의 행사를 깊이 생각하리이다
성경에서 ‘기억한다’라는 말은 단순한 정신 작용이
아닙니다. 이는 정보의 저장이나 회상의 기술도 아닙니다.
성경에서 기억은 언제나 관계적이며 신앙적인 행위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하나님과 맺은 관계를 현재 속에서
다시 붙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기억은 늘 행동을
요구합니다. 기억은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고, 삶으로
흘러나옵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과거의 일로 여깁니다. 이미 지나간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회상쯤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기억은 과거에 묶여 있지 않습니다. 기억은
현재를 규정하고 미래를 여는 신앙의 언어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기억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노아를 “기억하셨다”라고 말합니다.
홍수는 여전히 세상을 덮고 있었고, 노아는 방주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노아를
기억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잠시 잊으셨다가 다시
떠올리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기억은
언제나 구원의 행동을 동반합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자
바람이 불고, 물이 물러가며, 땅이 다시 드러납니다. 기억은
정지 상태가 아니라 전환의 시작입니다.
이스라엘에게 ‘기억하라’라는 명령이 반복해서 주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역사 교육이 아닙니다.
애굽에서 종이
그 기억을 근거로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말씀이었습니다. 억압받던 기억을 잊은 민족은, 어느새
억압하는 민족이 됩니다. 기억을 잃어버릴 때, 신앙은 쉽게 권력과 자기 정당화로 변질됩니다.
성경에서 망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도덕적 실패이며, 신앙의 붕괴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잊을
때, 그들은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감사를 잃어버렸습니다. 감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언제나 교만이 들어섭니다. 교만은
지키는 울타리’로 여깁니다.
기억의 신학은 예수님의 식탁에서
떡을 떼시며 “나를 기념하여 이것을 행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기념’이란 단어는 단순한 추억이 아닙니다. 이는 그분의 삶과 죽음에 다시 참여하는 행위입니다. 성찬은 과거를 재현하는 의식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리스도의 자기 내어주심을 다시 살아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성찬의 기억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을 향해
열려 있는 기억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미리 맛보는 소망의 행위입니다.
또한 치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시편의 기도는
기억이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시편의 시인은 기쁨뿐 아니라 고통도 기억합니다. 배신, 상실, 억울함,
그리고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하나님 앞에 가져옵니다. 성경적
기억은 고난을 지워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하나님의
신실하심 안에 정직하게 놓아둡니다. 그렇게 기억된 고통은 더
이상 우리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기억된 상처는,
하나님의 손에서 다시 다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억은 하나의 영적 훈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매일 선택해야 합니다. 실패의 기억이 나를 규정하도록 둘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이 나의 정체성을
말하게 할 것인지를. 두려움이 나의 언어가 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은혜의 기억이 나의 이야기가 되게 할 것인지. 믿음은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덧붙이며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오히려 잊지 말아야 할 진리로 반복해서 돌아가며
성숙해집니다.
빠르고 산만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은 조용한
저항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지만, 신앙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잊지 말라.”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우리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지금 누구로 부름을 받았는지를 잊지
말라고 권면합니다. 기억은 우리를 뿌리내리게 하고, 흔들리지
않게 하며, 끝까지 사랑하게 만듭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이 고백은 단순한 권면이 아닙니다. 이는 신앙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약속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결단입니다. 기억하는 신앙만이, 끝까지 믿음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1. 내가 의도적으로 잊고 있었던 하나님의 일은 무엇입니까? 불편하거나 아픈 기억, 혹은 너무 익숙해져서 감사하지 않게 된 하나님의
2.
주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하소서.
십자가에서 끝까지 사랑하신 은혜를,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자리에서 구원을 시작하신 주님의 신실하심을 오늘의 삶
속에서 붙들게 하옵소서. 두려움과 상처의 기억이 아니라
주께서 행하신 일들이 우리의 정체성과 선택을 이끌게
하시고, 기억하는 믿음으로 부활의 소망을 향해 걷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