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THE MIJUCHOSUN E*NEWS

한 중견 배우의 이름을 내건 동네 탐방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화
면에는 푸근한 고향 마을 같은 풍경이 자
주 등장한다. 큰 사건은 없어도 낮은 담장
과 좁은 골목, 밥 짓는 냄새와 오래된 집들
이 남아 있는 마을들이다. 경북 봉화 닭실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닭실마을을 방문하게 되니 떠오르는 사
람이 한 명 있다. 지난해 작고한 재영 작가 권석하다. 닭실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2
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갔다.
이후 런던과 러시아(당시 소련) 법인장으 로 일했고, 1990년대 러시아 모라토리엄을 겪은 뒤 런던에 정착했다. 런던에서는 여
행사 대표와 칼럼니스트, 저술가로 활동하
며 월간조선 등에 영국과 유럽 문화에 관 한 글을 써왔다.
그는 단순한 해외 거주 작가가 아니었다.
영국인도 따기 어렵다는 예술문화역사 해
설사 자격인 ‘블루 배지’를 취득했고, ‘영국
인보다 영국을 잘 아는’ 한국인이라는 말 을 들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많은 애독자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삶이 경북의 오지 봉화의 닭실마을에서 러시아를 거쳐 런 던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봉화의 두메
산골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유럽의 정치
와 역사, 문화와 건축을 해설하는 작가가 됐다.
그의 딸 보라 씨는 영국 런던 해머스미
스 앤드 풀럼 자치구의 지방의원으로 활
동했다. 닭실마을은 알고 보면 그런 인물 을 여럿 배출한 마을이다. 이 마을의 역 사는 충재 권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권벌은 1519년 기묘사화에 연루돼 관직에 서 물러난 뒤 이곳에 터전을 잡았고, 이후 안동 권씨가 약 500년 동안 세거하며 마 을을 이뤘다.
◇기라성 같은 인물들 배출한 닭실마을 권벌 이후 닭실마을은 학문과 벼슬, 문 장으로 이름난 후손을 여럿 냈다. 권두인, 권두경, 권만, 권상원 같은 인물들이 닭실 의 문학과 학문을 이은 이름으로 거론된 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나선 사람 들도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자
료는 봉화 유곡리가 조선시대 관리와 문
장가를 많이 배출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독
립운동을 전개한 인물이 많았던 지역이라 고 설명한다.
권상원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을 호소한 유림단의 독립청원 운동,
이른바 파리장서 사건에 참여했다. 경북
봉화에서는 권상원과 권병섭, 권상익 등
여러 유림이 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파
리장서 사건은 1919년 3·1운동 직후, 전국


초여름이 그랬다. 발길은 청 암정에서 오래 머문다. 청암정은 너럭바위 위에 세운 정자다. 정자 둘레에는 물이 고 여 있고, 돌다리가 정자와 바깥길을 잇는 다. 바위와 물, 소나무와 처마가 한눈에 들 어온다. 정자는 크지 않지만, 자리가 좋다. 마루에 앉으면 연못 가장자리의


아드리아해의 최북단. 이탈리아 베네치
아를 마주 보고 있는 이스트라 반도는 크
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3개국이
분할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크로아티아
영토다. 남쪽에서 이스트라 반도로 들어가 는 초입에 오파티야와 리예카가 있고 그
밑에 크르크섬이 떠 있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관광휴양지
오파티야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관광휴 양지다.
작은 어촌이었지만, 1844년 오스트리아
의 지배를 받던 리예카 출신의 부유한 상
인 이지니오 스카르파가 아내를 위해 여름
별장을 짓고 오스트리아 황제 등 고위층을
초대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1882년 아드리아 연안 최초의 호텔
이 문을 열었고 유럽 각국의 귀족과 유명
인들이 휴양차 이곳을 찾았다.
스카르파의 별장 근처에는 오파티야를 방 문한 유명인들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황제, 소설가 제임
스 조이스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과 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커크 더글러스의 얼굴도 보인다. 해안 별장 주변은 사이프러스, 월계수, 은행나무 등 전통 수종 외에 카멜리아(동 백), 대나무, 목련, 히말라야삼나무, 미국 소나무, 야자수 등 외래종까지 150종 이

상의 식물들이 서식하는 공원으로 꾸며 져 있다.
오파티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체코 출
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얀 쿠벨릭이 바이올
린을 켜는 동상은 금방이라도 숲속에서 음
악이 들려올 것처럼 생동감을 준다.
무엇보다 오파티야 해변의 주인공은 ‘갈
매기와 소녀’ 동상이다.
소녀는 손바닥에 앉은 갈매기를 물끄러
미 바라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소녀
를 꿈꾸듯 바라보게 된다.
◇작은 어촌에서 얻는 것
오파티야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20 분쯤 내려가면 모슈체니치카 드라가 (Mošćenička Draga)라는 작은 어촌이 나 온다. 500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 잠시 들 렸다.
작고 한적해서 소리치면 건너편 마을까 지 들릴 것 같은 적요함. 우리는 가끔 이런

곳에서 막연한 자아 구원의 희망을 찾아 보기도 한다.
가정집을 개조한 초미니 어업박물관에 들어갔고 고기잡이에 대해 아주 조금은 알 게 됐다. 마을 길을 걸었다. 연륜이 묻어나는 작
은 교회 문 앞에 사이프러스 두 그루가 호
위 무사처럼 서 있다. 이런 교회는 무조건 문을 밀고 들어가 본다.
마을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의 윤슬
성당, 100년 넘은 파빌리온에 자리한 중앙 시장, 로마 제국 클라우디우스 황제 의 개선문이었던 올드 게이트, 리예카 시가 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르사트 성, 옥색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사블리 체코 비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해 양 박물관 등 여행자를 유혹하는 ‘볼 것’ 들이 즐비하다.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고 드물다” 화이트와인을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곳이 크르크(Krk)섬의 브르브니크(Vrbnik)다.
돌이 많은 석회암 토양에 강한 햇빛, 바 닷바람이 독특한 테루아(Terroir)를 이뤄 즐라흐티나(Žlahtina)라는 최상급 토착 품종을 만들어냈다. 브르브니크의 와이너리에 가면 은은한 과실향과 입안을 자극하는 산미, 미세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와인을 시음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7면으로 이어집니다


크르크섬은 명품 올리브오일로
도 유명하다. 쌉싸름하고 매콤한
맛의 이곳 올리브오일은 수작업으
로 소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한
국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크르크섬 동쪽 해안 절벽에 위
치한 브르브니크는 중세 시대의 모
습이 그대로 보존된 좁은 골목길
이 많다.
그중에서도 클란치치(Klančić)
거리는 가장 좁은 폭이 약 43㎝인
세계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로 불 린다.
길이라기보다 틈새라고 부르는 게 맞는 듯한 공간이지만 사람들 이 다니는 길은 확실해 보인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지 만, 좁은 길이 주는 철학적 의미 또 한 상당하다. 스피노자는 “모든 고 귀한 것은 힘들고 드물다”고 했다.
◇‘창가의 여인’ 자그레브의 반 옐라치치 광장. 트 램 정거장 앞 벤치에서 그 큰 아이 스크림을 다 먹고도 20분쯤 더 앉 아있었다.
그 사이 파란색 트램이 몇번쯤 앞을 지나쳤을까. 타고 내리고 어



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이 광장에서 어떤 일들
이 일어났을지도 상상해본다. 크로
아티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수도
자그레브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고, 그 사
람들의 움직임을 보는 건 도시를
관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그레브 관광은 모두 반 옐라치 치 광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광장의 위치만 잘 파악해 놓으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광장 바로 옆 돌라츠 시장도 광
장의 연장선에 있다. 상인들이 직
접 기른 과일과 채소가 끝없이 펼
쳐진 가판대, 그 위로 솟은 새빨간 천막과 옆을 지나는 파란 트램의 보색 대비가 선명하다.
흥정하는 젊은 상인과 아주머니, 뭘 살까 두리번거리는 노인, 그 사
이로 아이들은 엄마 손을 놓고 달 린다. 여느 곳과 다르지 않은 정경 도 여행자에겐 흥미롭다.
모퉁이를 돌면 카페와 레스토랑 이 모여있는 트칼치체바 거리다. 노 천 테이블은 먹고 마시는 사람들도 빽빽하다.
이 거리 중간쯤에 ‘창가의 여인’ 이라는 이름의 특이한 청동 조각상 이 하나 있다. 이 여인은 매춘부다. 20세기 초 이 거리가 홍등가였음 을 기억하기 위한 동상이다. 이 도
시에선 매춘의 역사도 기억되고 있 었다.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크라바 타’(Kravata)라는 이름의 작은 상
점에 초대형 넥타이가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넥타이 상점이 특별한 건 넥타이의 종주국이 바로 크로
아티아이기 때문이다. 17세기 ‘30 년 전쟁’ 당시 크로아티아 용병들 이 전쟁터로 떠날 때 아내들이 무 사 귀환을 기원하며 남편의 목에 붉은색 천을 감아준 것이 넥타이 의 시초다.
◇실연 박물관 반 옐라치치 광장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언덕 밑에 푸니쿨라(궤 도열차)가 있다. ‘우스피냐차’라는 이름의 이 열차는 궤도 길이가 66 m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푸니쿨라 로 알려져 있다.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지 만, 계단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여전히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 위에 오 르면 바로 앞에 자그레브의 명물인 로트르슈차크 탑이 우뚝 서 있다.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것으로, 방어시설 중 유일하 게 남은 중세 시대 탑이다.
이 탑이 유명한 건 매일 정오에 지금도 성 위에서 대포를 발사하 기 때문이다. 12시가 가까워져 오 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민들은 대포 소리를 듣 고 정오가 됐음을 확인 한다.
멀지 않은 곳에 화려 한 타일 지붕으로 유명 한 성 마르크 성당이 있고, 그 앞에 크로아




롯데플라자 마켓본사 승원
-그래픽디자이너
풀타임(월-금: 7:30am~5:00pm)
메릴랜드
703-957-3010 703-817-2818(첸틸리) 703-865-8615(비엔나)


서비스 가능
구인
롯데플라자 마켓 본사 승원유통 함께 일하실 분 * 사무직원 (서류관리 인보이스
최가가격으로 모십니다 미국 어느 지역이든 OK 240.796.0093









결정 Max7576@hotmail.com









‘거제 야-호’ 밈(Meme·인터넷 유행 콘
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이 음원차트와 음악
방송 1위, 광고·예능 출연으로 이어졌다. 걸
그룹 리센느가 차트 역주행에 힘입어 신곡
흥행에도 성공하며 오랜만에 ‘중소돌의 기
적’을 이뤄냈다.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된 K팝 시장
에서 ‘언더독’(약자)에 해당하는 중소 기획
사 그룹의 성공 사례가 다시 등장해 업계
도 반기는 분위기다.
◇밈에서 차트 1위까지…다시 쏘아 올린 ‘
중소돌의 기적’
지난 3월 리센느 리더 원이의 유튜브 채 널에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갸루’(일본
에서 유행한 화장법과 스타일) 콘셉트로
등장해 외친 “거제 야-호” 밈은 리센느를
빠른 속도로 세상에 알렸다.
이들이 지난 2024년 8월 발표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역주행 끝에 국
내 대표 음원 플랫폼인 멜론 ‘톱 100’ 1위
에 올랐다.
카라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지난 8일
공개한 ‘프리티 걸’(Pretty Girl)도 빠르게 ‘
톱 100’ 최상위권에 안착했고, 과거 발표한
‘데자 뷔’(Deja Vu)와 ‘런어웨이’(Runaway)
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들은 ‘프리티 걸’로 지난 14일 SBS 라
이프 ‘더쇼’에서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 트
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남 거제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홍보대
사 위촉, 유명 피자 브랜드 광고 모델 발탁,
인기 예능 출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
지며 ‘대세’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리센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됐다.
멜론에서 리센느를 검색한 이용자 수는
밈이 유행한 이후 65배 이상 늘어난 것으
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달 말 기준 ‘러브 어택’ 스트리
밍량은 리센느 유튜브 채널 개설 시점인 2 월 대비 2천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청취
자 수는 977% 늘어났다.
대중이 리센느에 열광하는 이유는 비단

그룹의 음반 한장을
밈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신비주의보다는 인간적인 매력
을 앞세웠다. 친근한 콘텐츠가 담긴 유튜
브 채널, 멤버들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연
습하는 라이브 영상, 음악방송 1위 후 눈
물을 흘리며 앙코르 라이브를 하는 모습까
지 잇달아 화제가 됐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리센느 열풍
은 ‘거제 야-호’ 밈이 하나의 트리거(방아
쇠)가 됐지만 K팝 소비층이 아니었던 사람
들도 리센느를 알게 됐고, 그 이후로도 기
존에 쌓여 있던 음악과 콘텐츠가 함께 소
비되면서 폭발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음악도 강렬한 EDM 음악을 앞
세운 다른 걸그룹들 사이에서 차별점이 됐 다. 리센느는 과거 걸그룹이 들려준 멜로디
◇‘제2의 리센느’ 나오려면…제작 환경 개
선·중소기획사 지원 뒷받침돼야 리센느처럼 뜻하지 않은 화제성으로 대
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거나 역주행 신화를
이뤄낸 팀은 이전에도 등장했다.
EXID는 지난 2014년 팬이 촬영한 ‘위아 래’의 ‘직캠’(관객들이 촬영한 현장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차트 ‘역주행’을 이뤄
냈고, 여자친구는 2015년 비가 내려 미끄
러운 무대에서 여러 번 넘어지면서도 꿋꿋
이 무대를 이어가는 영상이 화제 되며 ‘오
늘부터 우리는’을 널리 히트시켰다.
브레이브 걸스는 군부대에서의 ‘떼창’ 영 상이 2021년 화제가 되며 대중적인 인지도
를 높였고, 2023년에는 걸그룹 피프티피프 티가 ‘큐피드’(Cupid)로 틱톡 등 온라인에 서 입소문을 타며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이들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 츠를 발판 삼아 기존 발표곡을 히트시키 며 언더독의 성장 서사를 보여준 공통점 이 있다. 특히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음반 제작 과 마케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 중 소기획사 그룹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 이란 점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제2, 제3의 리센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요구되 는 음악·영상 콘텐츠의 수준이 올라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