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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이슬 유 선생의 진실

“와! 진짜 맛있다, 정말 아빠가 만든 거야? “ 딸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내가 만

들어 준 크림파스타가 너무 맛있다며 건넨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언제든 먹고 싶으면 얘기해

라. 또 만들어 줄 테니. 아빠는 이제부터 우리 집 요

리사다.”라고 응수했다. 그뿐 아니라 이틀 전에도 아 내가 깜짝 놀랄 일을 해냈다. 아내가 외출한 사이 주 방에 있던 무딘 칼들을 모두 꺼내 아주 예리하게 갈 아놨다. 아내가 칼을 사용해 보니 너무 잘 들어 음식 이 더 맛있게 만들어진 듯하다며 칭찬해 주었다. 얼

마 전까지만 해도 난 요리는커녕 주방일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내에게 주방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를 이렇게 요리도 잘하고 주

방일도 척척 하는 가장으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

닌 유튜브 채널이다. 평상시 난 인터넷 콘텐츠에는

별 흥미가 없었고, 특히 유튜브 채널에는 더더욱 관

심이 없었다.

어느 날 회사 회의에서 보안시스템 작동에 관해

토의하고 있었는데, 전문적인 기술 내용을 모두가 정

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한 직원이 유튜 브 채널을 찾아 그것에 관련된 생생한 내용을 보여 주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나서야 모든 직원이 완벽하 게 이해할 수 있었고 빠른 시간에 회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자투리 시간마다 그간 궁금하 게 여겼던 것의 유튜브 채널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여러 분야를 뒤적거리다 다양한 음 식 만드는 채널이 내 맘에 꽂혔다. 평소 요리하는 것 은 나와는 완전 별개인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요리 채널을 보면 볼수록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

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언가 새

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갖가지 요리 채널

에 몰입하여 많은 음식을 만들고, 꽤 난이도 있는 요 리도 성공시켜 가족으로부터 칭찬까지 받게 되었다.

비단 음식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유튜브를

접할 수 있었다. 난 거의 매일 유튜브를 시청하며 집 안 곳곳을 수리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내가 좋아 하는 만년필 수집의 자세한 정보까지도 모두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 프로그램을 전체 시

청할 시간이 되지 않을 때 중요한 내용만 짧게 정리 해 올려놓은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 터 나는 유튜브 채널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지전 능의 선생님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유튜브

채널을 ‘유 선생’이라 불렀다. 회사 일이든 집안일이 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무조건 유 선생을 먼저 호

출하는 습관이 생겼다. 언제나 유 선생은 날 실망하

게 하지 않았고 나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매

우 유익하고 소중한 선생님이었다.

야식으로 군밤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빨리

만들어주고 싶어서 ‘군밤 쉽게 만들기’를 유 선생에 게 문의하였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중에도 가장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것을 골라 따 라 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실행해 보니 밤 속은 익지 도 않은 채 터지면서 곳곳에 밤 부스러기가 튀어 주

방을 초토화했다. 아내에게 또 칭찬을 받을 줄 알고

신나게 구웠으나 오히려 실패한 군밤 때문에 청소

거리만 만들었다는 잔소리를 심하게 들었다. 유 선

생만 믿다가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새

로운 뉴스 알림이 올라와 제목을 열어보니 어느 유

연예인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유 선생을 믿었기에 그 연예인의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보니 그 내용이 가짜뉴스이었음이 판명 되었다. 내가 그렇게 믿었던 유 선생에게

기온이 섭씨 3도쯤 오른다

수성은 한 낮에 섭씨 427도로

섭씨 영하 176도로 내린다는데 아침에는 늦은 눈발이 더딘 걸음을 하고

판 단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검증

되지 않은 가짜 정보나 퇴폐적이고 지나친 상업주 의에 물든 콘텐츠를 발견하면 과감하게 그것과 인

연을 끊어야 할 것이다. 유 선생의 정보와 지식을 활

용하되 확실하게 검증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된 것만 이 진실로

하나뿐인가

풀잎 눈가를

주는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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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승무원의 하루 제복 입고 관찰하다

가족 얼굴을 실어 나른다. 부모님 드릴 통통한 굴비와 조카 먹일 스팸 세트 같은 선물 보따

리도 잔뜩 싣고. 설 연휴에도 정해진

시각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리는 열

차. 최대한 많은 승객을 고향으로 실

어 나르기 위해 증편까지 하나니, 명

절이면 더 바빠지는 이들이 여기에

있다. ‘열차 사람들’이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0일 서울~

부산을 KTX로 왕복하며 철도 기관

사와 열차 팀장, 승무원의 하루를

관찰(슬쩍 체험)해 봤다. 최고 시속

320㎞,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17

분 만에 주파하는 KTX 청룡을 탔다.

참, KTX 기관사는 일반 철도 기관사

와 달리 항공기 조종사처럼 ‘기장(機

長)’으로 부른다는 사실, 알고 계셨 는지. 이유는 차차 설명. 자, 그럼 ‘아 무튼, 주말’ 명절 열차 출발합니다!

◇출무 적합성 검사 이상 무 “휴게 시간 20시간 쉬었습니다. 음 주 측정 하겠습니다.” 오전 8시, 서울

역 코레일 고속철도 기관차 승무 사

업소 운용 사무실. 제복 차림 남성이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다. 제

로(Zero) 문구와 함께 “이상 없습니

다”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58분 부산으

로 출발하는 KTX 청룡 017편 운행

을 책임질 윤석재(52) 기장이다. 최

근 무사고 운행 100만㎞를 돌파한

경력 23년 차 베테랑. 제복 양쪽 어

깨에는 네 개의 노란 줄무늬 견장(

肩章)이 붙어 있었다. 기장의 상징이 란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속 300㎞

인 KTX 속도가 ‘비행기 이륙 때와

같다’며 도입 당시 국토부(당시 건 설교통부)가 기장이라는 호칭을 부

여했다”고 했다. 기관사로서 경력이

충분하면서도 별도 시험에 합격해야 KTX 운행 자격이 주어진다. 이어 출발지와 목적지, 정차역과 시간 등을 확인하는 ‘승무 일지’를 쓴 뒤 제출하면 “진로 확인 잘해주 시라”는 당부의 말이 돌아온다. 출 무 적합성 검사 이상 없음, 준비 완 료. 이제 간다. 열차 진행 방향의 맨 앞칸, 전국 ‘철덕(철도 덕후)’ 어린이 들의 로망이 담긴 미지의 기관실로.

◇기관실 안 고함의 정체 꼬마 친구들아, 기관실에서는 낭 만을 느낄 새가 없단다. “17열차 승 무원 나오세요.” “열차 곧 터널 진 입.” “속도 확인.” 운행을 시작하자마

자 무전과 기계 안내음이 5~10초에 한 번씩 들이치기 시작했다. 윤 기장 은 사무실에서 챙겨 온 태블릿 PC를 연신 확인했다. 정차역이나 터널 등 을 알려주는 운전 안내 시스템이 탑 재돼 있다. 일종의 내비게이션으로 ‘ 생명줄’ 역할을 한다. 1평(약 3.3㎡) 정도 기관실에는 용 도를 알 수 없는 기계가 다닥다닥 붙 어 있었다. 전방 모니터에는 ‘300( ㎞)’ ‘270(㎞)’ 등의 권장 최대 속도 가 실시간으로 안내됐다. 기장은 이

모두 쉬는 연휴에도 ‘풀 근무’… 귀성 KTX 발차~ 오라이!

잃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 2.5초 이상 손 가락을 떼면 삐~ 소리가 나며 경보음이 울 린다. ◇승차권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설 연휴에도 근무하세요?” 윤 기장이 ‘ 정말 당연한 걸 묻네’라는 표정으로 빤히 봤다. 임시 공휴일 포함 이번 연휴 나흘 중

한다”고 했다. 기장이 정신을

이틀을 근무한단다. 기장만이 아니다. 객실 안전 등을 책임 지는 열차 팀장과 승무원도 마찬가지.

등의 교번제로 근무하기 때문이 다. 입사 27년 차이자 기장인 이재욱 지도

“쉬는

사람들은 요일 개념도 없다”고

기장이라면

전 열차 문은 열차 팀장이 닫는다. 이 날 오후 12시 35분, 부산역 내부 서울행 KTX 청룡 032편 열차 승강장. 열차 팀장

과 객실 승무원이 마주 보며 오른쪽 팔을

두 차례 둥~그렇게 휘둘렀다. 쥐불놀이하 듯. 오호, 아마도 출발 전 “오라이~” 신호 렷다. 이건 나도 할 수 있지. 뒤에서 개미만 한 동작으로 소심하게 따라 했다. 입사 26년 차인 홍순목(51) 열차 팀장은

설 연휴 매일 빠짐없이 근무한다. 31일 오

전 12시 15분이 돼야 종착지에 도착해 한

숨 돌리는 일정. 명절이면 승객과 더불어

짐도 늘어 홍 팀장은 바빠진다. 켜켜이 쌓 인 짐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승객이 다칠 수 있기 때문. 일일이 자리를 확인하며 정 돈한다.

승무원을 따라 검표 작업을 잠시 돕기로 했다. 쪽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린 14년 차 박경선(39) 객실 승무원이 손바닥 만 한 단말기를 건넸다. 열차 칸마다 좌석 표가 표시돼 있었다. 회색은 빈자리, 노란 색은 예매된 자리. 빈자리에 앉은 승객이

있으면 “승차권 확인 도와드리겠다” 안내

하는 식.

4호실에서 1호실 좌석표를 확인하며 애 먼 승객 승차권을 보여달라고 할 뻔했으나

귀신같이 알아챈 승무원 도움으로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그녀 역시 명절에는 ‘풀 근 무’.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1.5배 운임을 물 고라도 무임승차하려는 승객이 있어 역시 바쁘단다. 박 승무원은 “고향에 오죽 가고

했다.

싶으면 그러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역 도착 전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 다. 열차 번호나 좌석 관련 질문을 하는 승 객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 그러나 슬프게 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의도하지 않은 혼란을 드려 죄송). 열차 사람들은 모두 “갓 입사했을 땐 남 들 쉴 때 일한다는 게 힘에 부치기도 했 지만 이제는 일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 “우리처럼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 는 직업이 있기에 명절에도 국민이 마음 놓고 귀성길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니겠느 냐”고 했다.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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