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5년 8월 14일 금요일
뉴욕=이신영 기자
1980~1990년대에 수많은 경영인이 롤 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 이 ‘워크아웃’이니 ‘식스 시그마’니 하는 경 영 혁신 기법들을 그가 창안하거나 보급했 고, 그가 경영을 맡은 기업은 20년간 시가 총액이 3000%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잭 웰치(Welch·78) 전 GE 회 장이다. 2009년에 포천 지는 스티브 잡스 를 ‘지난 10년간 최고의 경영자’로 뽑았다. 하지만 이 잡지는 1999년에는 잭 웰치를 ‘지난 100년간 최고의 경영자’로 뽑았다. 스티브 잡스 이전에는 웰치가 경영자들의 우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2001년 은퇴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그는 구(舊)경영의 화신이 됐다. 2006년 포천지는 ‘미안합니 다, 잭 웰치(Sorry, Jack Welch)’라는 제목 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그의 시대가 끝났 음을 알렸다. 그가 은퇴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그에 대한 평가 는 하늘과 땅만큼 엇갈린다. 특히 논쟁적 인 이슈 중 하나는 그의 독특한 인재 관리 철학이다. 그의 핵심적인 생각은 “이를 악 물고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철 학을 인사 관리에도 적용했다. 직원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10% 직원 에게는 ‘솔직하게’ “나가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5년간 GE 전체 직원 40 만명 중 27%인 11만2000명이 회사를 그 만뒀다. 이 중 3만7000명은 GE가 분사한 회사로 옮겨갔지만, 나머지 8만1000명은 그대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가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란 별명을 얻은 이
유다. 웰치 회장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 을까? 그의 생각을 들으려고 그를 뉴욕 자 택에서 만났다. 그에게 “사람들이 중성자 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 냐”고 물었더니 그는 온 집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취임했을 때 GE엔 40만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50억달러 남 짓 매출을 올렸어요. 그런데 제가 은퇴했 을 때는 직원 31만명으로 1300억달러 가 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25% 적은 인력 으로 5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제가 중 성자탄이었습니까? 필요 이상 직원을 보 유하는 것이 옳은 일이란 얘기인가요?” 그 가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존경받 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대대적인 해고 작업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대신 우 리는 정말 후한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또 직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 록 시간을 줬습니다. 저는 10만명이나 되 는 직원을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 었습니다. 만약 GE가 10만명을 그대로 두 면서 최악의 회사가 됐다면 저는 이 자리 에서 당신과 인터뷰조차 하지 못했을 겁 니다. 당신은 부하 직원들을 팬으로 만들 고,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액션을 취해야 합니 다. 직원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빨리 따 져서 말입니다.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 니다. ‘우린 당신이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 줬으면 합니다. 그러나 회사를 위대한 곳 으로 만들 수 없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 가 됐으면 합니다’란 말입니다.”
C3면에 계속
올랜도(플로리다)=오윤희 기자
두 경영 大家의 기업 철학 C2·3면 통해 살펴보세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은 기업 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했고 인디 펜던트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400만명 이 일자리를 잃었다. ‘위기’라는 단어는 해 고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막강한 위력을 발 휘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인 새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이 하 SAS)는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한 명도 해 고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상상을 초 월한 직원 복지 혜택으로 유명했던 이 회 사는 어려울 때도 ‘해고 제로’의 원칙을 고 수한 덕에 2010년과 2011년에 2년 연속 포천 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 은 100대 기업’1위를 차지했다.(2013년 랭 킹에서는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짐 굿나잇(Goodnight) 창업자 겸 회장은 “직원을 왕처럼 대접하면 성과 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성장을 희생한 것은 아니었 다. 지난 10년간 SAS의 매출은 예외 없이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금융 위기의 직격 탄을 맞았던 2008~2010년에도 성장했고, 2011년엔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잭 웰 치 전 GE 회장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지만, SAS의 존재 자체가 잭 웰치 전 회장의 주 장을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자사 주최의 콘퍼 런스 참석 차 플로리다 올랜도를 방문한 굿나잇 회장을 만났다. 당시 잭 웰치 전 회 장을 막 인터뷰한 직후였기에 “잭 웰치의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 져 보았다. 굿나잇 회장은 기자의 질문을 중간에서
뚝 끊으며 “절대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 는다”고 잘라 말했다. “잭웰치의 경영방식 은 회사를 해칩니다. 그는 하위 10%의 직 원들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매년 10%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정말이지, 어떻게 그런 시스 템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도 금융 위기 당시 구조 조정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었다. “금융 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8 년 말, 업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습니 다. 모든 업체가 날마다 직원 해고를 발표 했습니다. SAS에서도 누구를 해고할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굿나잇 회장은 해 고 계획을 접었다. 구조 조정이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결국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 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29일 저는 아주 이른 아침 에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한 명도 해고하 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습니 다. 그해 SAS는 매출이 5% 성장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비추어 볼 때 나쁘지 않은 결과였어요. 저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 기에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 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확신과 동기를 갖 게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C2면에 계속
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