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 잊
지 마세요”
한 달 넘게 호텔 조식을 함께 먹은 Y가 고운 손수건 한 장을 내밀며 하는 인사. 하
늘빛 바탕에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
다. 받아 든 순간,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에
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그
녀가 내민 손수건 한 장에 엄청난 무게의
감동이 실려왔다.
한국 정부에 신청한 문건의 진행 절차
를 기다리며 투숙한 한 비즈니스 호텔의
싱글룸, 꼭 필요한 설비와 물품만 있는
3.75평 방에서 4개월 넘게 지냈다. 손바
닥만 한 방, 폐쇄공포증 환자라면 답답하
게 느끼려나 지내다 보니 작은 면적 덕
분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 나머지 숙면
을 하게 되었다. 불면으로 약을 갖고 다녔
는데 7시간을 잤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
다. 부추기는 과소비에 등 떠밀려 가는 무
절제와 거리가 먼 단순, 경제적인 동물인
내게 딱 알맞은 숙소이다.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단조로움의 벽을 마주한다. 그 옆은
외로움, 또 그 옆은 고독. 여기 와도 나 혼
자, 혼자 있는 모습에 익숙해지려면 얼마
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까. 외로움이
라는 것은 홀로 있음에 실패했음을 의미
한다는 한 철학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
도 그 작은 공간에서 상실의 아픈 시간이
조금씩 깎여 나갔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
람들과 갖는 시간이 준 큰 특혜였다.
아침 7시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는다.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 특히나 시
니어들과는 “오늘도 뵙네요”로 시작해서
어디서 오셨어요 하다 보면 통성명 없이
도 아침밥 친구가 되어 알맹이 없는 대화
를 주고받게 된다. 격식을 갖춘 대화보다
더 친밀감이 느껴지고, 나아가 몇 년생이
냐고 물어 생물학적 서열을 만들기도 한
다.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내가 만났던
재외동포들. 그중에서 같은 이유로 장기
숙박하는 사람끼리는 이런저런 정보를 교
환하고 서로를 살펴주는 우린 한 민족! 하
다못해 점심은 어디가 맛있고 산책은 어
디가 좋더라는 이야기도 나눈다. 더분더
분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섞는 편이 아닌
데, 지독한 외로움 탓일까, 인사도 잘하고
대답도 잘하는 내가 신기했다. 돌아서면
다시 고독의 방으로 깊이 잠수할 망정.
언제부터인가 곱상한 노인 한 분이 눈
에 띄었다. 여윈 체형에 꼿꼿하고 흩어짐
없는 자세, 서리 내렸어도 숱이 풍성하고
단정한 헤어컬, 말씀도 조곤조곤 하신다.
한눈에도 자기 관리가 잘 된 지식층의 한
분 같았다. 인사를 나누며 함께 아침을 먹
는데 살포시 웃으시며 본인이 93세라고
하시니 믿기지 않는 나이였다. 미국에 거
주하는 딸이 와서 함께 호텔에서 한 달 살
이를 하신다고.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직접 모시지 않는 자녀로서의 미안함을
상쇄할 수 있겠구나. 그동안 모시고 살았
던 형제에게는 포상 휴가가 주어지는 것 이니 참으로 귀한 일을 봤다. 따님도 합리 적인 사고를 하는 지혜로운 분 같았다. 부
모 공양의 책임을 누구 한 명에게 지우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함께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느꼈다. 딸인 Y가 엄마의 식판 에 음식을 담아주는 모습을 보며, 아주 오 래전에는 어머니가 딸을 저렇게 하셨겠구
나라고 생각했다. 이젠 역할을 바꾸어서 하고 있는 모습, 그 모습에서 잃어버린 시
간의 냄새가 났다. 진 자리 마른 자리를 갈 아 눕혔던 어머니,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
이려고 어르고 달랬을 어머니, 앓을 사 그
릇 될 사 안고 업으셨던 그 어머니, 이제는
역할이 바뀐 모녀. 자신을 씻기셨던 어머
니를 씻겨드리며 딸은 무슨 생각을 할까?
손 위에 손을 포개어 글을 가르쳤던 어
머니는 이제 그 딸이 숙제로 내준 일일 색
칠 공부를 하신다고 했다. 줄도 없는 노트 와 한 묶음의 볼펜을 두고 가며 줄을 긋고
불경을 필사하라는 숙제를 내준다니 강훈
련이다. 식사 후에 산책해야 한다고 모시 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참으로 못된 딸이었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엄
마에게 용돈 몇 푼 주는 것이 효도였다고
생각했던 속이 미어졌다. 한 달 또는 넉 달 넘게 한솥밥을 먹었 으니 식구(食口), 가족도 밥을 같이 먹어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서로의 길에 축복을 빌어주며 돌아가며
Y도 그 어머니도 또
아침

심을 생각
당신을 기다리다 나무를 심었다 사랑은 나의 하루하루를
커가는 무언가에 덧대는 일이니
피거나 자랄 때엔 늘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엔 꼭 허무를 노래하는 습관이 있었다 편도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 내릴 역에 일찌감치 정박 중인 어떤 기다림의 조급증 때문이다
헐거워지고
부대낌 끝에
닳는다는 공식에
제스쳐다
나는

기다리는 나무를 심는다 혹시나 가을로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나른한 어깨를 도닥이며 분꽃 향기 퍼질지 어찌 알겠는가 반나절 햇살에 기울며 편백나무 터에 자리를 틀고
당신이 마냥 그리워도 좋을 그런 나무 하나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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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기를 기다리는 관람객이 어림 잡아 수백 명은 돼 보였다. 함께 온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두 달 전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미술사를 전
공하던 대학 시절부터 국중박을 자주
찾았고, 역사에 관심 많은 아들이 초등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매년 분기마
다 한 번은 함께 방문했다. 하지만 요
즘처럼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관람
객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세계 박물관 톱5, 꿈 아니다 국중박의 인기가 뜨겁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중박을 찾은 관람객은 총 432만8979명. 지난해 같은 기간(243만 9237명)보다 77.5% 증가했다. 연간 관
람객 역대 최다 기록인 418만명(2023
년)을 이미 넘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제껏 한 번도 올라보지 못했던 500만명 돌파도 가
흥행 ‘사유의 방’ 등 새로운 형식 VR 등 디지털 서비스 강화궧궧 돌발 이변 아닌 국중박 인기 “20년 브랜딩 노력 쌓이고 ‘케데헌’ 등 K콘텐츠 인기 전통문화로 확장된 결과”


엄+굿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 헌)’ 등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올 상반 기 매출이 34%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115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초로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던 작년 실적을 뛰 어넘을 기세다. 국내 손꼽히는 브랜딩 전문가로 국 중박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전 시실 중 하나인 ‘사유의 방’이란 이름 을 지은 김아린 비마이게스트(BE MY GUEST) 대표는 “국중박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20년간 박물관 브랜딩을 꾸준히 해오면서 쌓인 신뢰의 바탕 위 에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전통 문화 로 확장된 결과”라고 말했다. 국중박 의 인기 요인은 크게 5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1. 이건희 기증展 등 히트 전시회 잇 따라 국중박은 올해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1945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인수해 개관한 이래 60여 년간 10년에 한 번꼴로 이사하다 2005년 지금 위치 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약 13만㎡로 세계 여섯째 규모의 박물관이다. 개관 기념으로 국보급 유물이 대거 공개됐고, 하루 평균 2만여 명이 다녀 갔다. 당시로서는 프랑스 루브르, 미국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적 박물관의 하 루 평균 관람객을 웃도는 수치였다. 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