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3, 2021
<제4985호> www.newyorkilbo.com
THE KOREAN NEW YORK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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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3일 월요일
9·11 테러 20주년 맞은 뉴욕…“결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라운드제로 추모행사 주변 인산인해… 제복 차림 소방관과 시민들 몰려
뉴욕시에서 열린 9·11테러 20주년 추모 행사.
뉴욕시 9·11 20주년 추모행사에 입장하는 미국인들.
유족들, 울먹이며 이름 낭독…“끔찍한 기억 되살아나고 슬픔 참을 수 없어” 마치 20년 전 그날처럼 뉴욕의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푸 르렀다. 바쁜 일과를 시작하던 화요일 아침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 후 눈에 띄게 한산한 주말 아침이 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토요일인 11일 오전 뉴욕시 세 계무역센터(WTC)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인적이 뜸한 맨해튼 대부분의 거리와는 전혀 다른 세 상이 펼쳐졌다. 일명‘그라운드 제로’ 로 불리는 옛 WTC ‘쌍둥 이 빌딩’ 붕괴 현장 주위를 수백 명의 인파가 둘러싼 장면이다. ▶ 9·11 추모행사 기사 A6(미 국2)면
주변 두세 블록을 철제 펜스로 막아놓고 경찰이 지키고 선 탓에 공식 추모행사가 전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역사의 현장 에서 20주기를 함께하려는 미국 인들의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검은색 옷 또는 정장을 차려입 은 유족들이 빨간 장미나 튤립 등 꽃을 손에 쥐고 줄줄이 행사장 입 구로 향했고, 구조 작업에 참여했 다가 동료를 잃은 전직 소방관들 도 오랜만에 제복을 꺼내입고 단 체로 아픈 기억 속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10대 아들을 데리고 펜스 너머 를 가만히 응시하던 전직 소방관 폴 모리스는“20년이 지났지만,
늘 그렇듯이 그날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 고 말문을 열었다. 모리 스는“우리는 수백명의 형제자매 (소방관)를 잃었다” 면서“아들에 게 그날의 일을 가르쳐주려고 함 께 나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도왔고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라 고 말했다. WTC 붕괴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던 다른 전·현직 소방관들 역시 제복 또는 소속 소방서 티셔 츠를 입고 나와 연대의 뜻을 표현 했다. 20년 전 WTC 북쪽 타워에 처 음으로 비행기가 날아와 부딪힌 시각인 오전 8시 46분이 가까워지 자 곳곳에서“이제 3분 남았어” 라
9·11 테러 20주년… 팰리세이즈파크 타운 9·11 추모탑에서 추모식 9·11 20주년을 맞은 11일 오전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 타운은 버겐블러바드에 있는 9·11추모탑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 는 크리스 정 시장, 시의원, 경찰 관계자들, 시민들이 참석하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더 굳건하게 미국과 지역사회를 지킬 것을 다짐 했다. 귀에 보이는 철골은 9·11 당시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 잔해 이다. [사진 제공=팰팍한인회]
며 긴장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 다. 8시 45분께 종소리가 울려 퍼 지기 시작하자 몇몇 시민과 자원 봉사자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 다. 대부분의 시민은 함께 묵념하 지는 않았지만, 옛 WTC 터에 새 롭게 우뚝 솟아오른 원월드 빌딩 과 오큘러스 역사 쪽을 가만히 응 시하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슬픔이 북받친 듯 팔짱을 꼭 낀 채 서 있던 한 노부부는“결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날” 이라면서“그때 우리가 할 수 있 던 일은 헌혈밖에 없었다. 적십자 사에 인파가 몰려 헌혈을 하지 못 하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다” 라 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취재진도 몰려와 주변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고 방 송 리포트를 제작했다. 취재 신청 이 몰린 탓에 연합뉴스를 비롯한 외국 언론사 상당수는 행사장 내 부 취재 허가증을 받지 못한 것으 로 보였다. TV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공식 추모행사는 여느 때처럼 유 족들이 차례로 나와 그날의 희생 자 이름들을 낭독하는 식으로 진 행됐다. 지난 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전 녹음된 음성을 틀었던 것과 달리 2년 만에 라이브로 마이크를 잡은 유가족 중 일부는 슬픔을 이 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 았다. 추모식의 시작을 알린 유족 대 표 마이크 로는“우리가 먼저 떠 나보낸 가족들의 이름을 낭송할 때 마치 악령이 우리 세상에 내려 온 것처럼 느껴졌던 그 끔찍한 날
뉴욕 옛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현장‘그라운드제로’ 에 모인 추모객들
흐림
9월 13일(월) 최고 86도 최저 69도
흐림
9월 14일(화) 최고 79도 최저 72도
흐림
9월 15일(수) 최고 86도 최저 71도
9월 13일 오전 11시 기준(한국시각)
1,172.10
1,192.61
1,151.59
1,183.50
1,160.70
N/A
1,160.08
< 미국 COVID-19 집계 : 9월 12일 오후 6시30분 현재 Worldometer 발표 >
41,853,362 2,409,029
35,450 4,394
677,988 55,200
1,117,506
1,847
27,058
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며“참을 수 없는 슬픔” 이라고 말했다. 당시 북쪽 타워에 부딪힌 항공 기 승무원이었던 딸을 잃은 그는 “그날은 수많은 사람이 평범함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준 때이기 도 하다” 며 시민들의 용기에 감사 를 표했다. 미국의‘국민 로커’브루스 스 프링스틴은‘꿈속에서 널 만날 것’ 이라는 노래로 뉴요커들의 슬 픔을 달랬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 움을 벌이고 있는 뉴욕은 9·11 테러를 이겨낸 경험을 토대로 다 시 일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9·11 추모박물관의 클리퍼드 채닌 수석부사장은 최근 뉴욕외 신기자협회 브리핑에서“우리는 지금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상 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사건의 한 복판에 있다” 면서“그러나 9·11 이 우리에게 뭔가를 가져다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다시 일어서는 힘” 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20주년을 앞두고 미군 철 수 직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을 재장악한 사건이 일부 미국인 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했다. 한 노년 남성은‘바이든, 아프가니스 탄, 망신’ 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 고 조용히 인파 속을 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