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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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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N NEW YORK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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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일 금요일
[신년특집] 새해, 세계경제 나아질까… 저성장시대 생존전략 ※ 편집자 주 = 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에도 세계 경제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생존 자체를 신경 써야 하는 국면이다. 새해를 맞아 뉴욕일보는 한국 연합뉴스의 특파원 망을 통해 세 계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나 경제공동체들이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고자 어떤 전략을 수립해 시행할지를 점검하는 특집기사 를 마련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의 저성장 시대의 글로벌 생존전략을 알아본다.
① 혁신으로 승부 거는 미국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만을 놓고 보 면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독주’양상 이다. 낮은 실업률과 낮은 물가상승률 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낮아진 국제유 가를 바탕으로 한 소비 회복도 기대되 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고용시장이나 주 택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 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이다.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주요 경제 권이 회복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 는 만큼, 미국에서는‘완만한 수준의 회복’ 을 유지하면서 경제의 체질을 강 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 지속적인 미국의 저성장 기조 = 미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닷 컴 거품’ 을 계기로 줄곧 저성장 상태였 다. 2000년 4.1%였던 미국의 국내총생 산(GDP) 성장률은 2001년 1.0%로 주 저앉았고 그 이후 2000년의 수준을 회 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GDP 증가율은 2004년 3.8% 까지 회복되는 듯했으나 이후 다시 내 리막길을 걸었고,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그 해와 2009년에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한국은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던 2003년 GDP 성장률이 2.9%로 내려섰 지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도 0.7%의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이어갔 다. 다만 한국에서도 2011년부터는 2~3%대의 낮아진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주요 경제 기구나 경제 전문가들의 보고서 내용 을 보면 미국에서 금융위기 이전에 저 성장이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것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와 주택담보 대출(모기지) 시장의 과열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은‘테러와의 전쟁’ 에쏠 린 관심과‘눈먼 돈’ 으로까지 여겨진
104층의 원 월드 트레이드센터 건물이 맨해튼 월가의 마천루을 거느리고 우뚝 서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
과감한 정책·저유가로 ‘독주 성장’ 완만한 회복 속 체질강화 시도 전망 무분별한 모기지 때문에 저성장의 늪 에 빠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고, 금융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망가진 미국 경 제라는 싸늘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 다. 한때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 던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은 가계와 기업, 정부라는 경제 3주체 모 두가 저성장에도 눈앞의 이익만을 챙 겼던 금융위기 이전 미국 경제 구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 다. ◆ 경제 회생 발판은 과감한 정책· 혁신· 저유가 =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정부의 과감한 조치와 민간 부 문에서의 혁신 사례 발견, 그리고 저유 가가 맞물리면서 안정화 국면으로 접 어들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정부의 과감한 조치는 바로 지난 10월 종료된 양적완화(QE)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
방준비제도(연준)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주도로‘돈을 찍어내서’시중 부실채권을 사들인다는 사상 초유의 정책을 감행했다. 단순히 돈만 풀겠다 는 게 아니라, 리먼브러더스를 파산 처 리함으로써 경제 회생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음을 보였 고 주요 은행에 강제로 공적자금을 투 입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미국 금융 당국은 꾸준한 추적 과정을 통해 금융 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은행에 는 100억 달러가 넘는 벌과금을 물렸 다. 주류 경제학자들과 금융업계의 반 발에도 불구하고 버냉키 전 의장은 이 런 정책을 밀어붙였고 결국 미국 경제 는 6% 미만의 실업률과 2% 미만의 물 가상승률이라는 열매를 얻게 됐다. 이런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민간 부 문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 로 새로운 혁신 사례가 나타났다. ‘스마트기기 혁명’ 의 근원지인 애
새해에도 미국의 서민들은 소비지출을 늘일 것으로 예상된다.
플사(社)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테 슬라, 인스타그램 같은 성공사례가 이 어지면서 전체 미국 경제의 관점에서 는 붕괴하다시피한 제조업 기반을 되 살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셰일가스, 즉 유전이라는 별도의 지 하공간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퇴적 암층에 섞인 형태로 존재하는 원유나 천연가스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점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미국 경제 의 혁신 사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환경파괴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여 전하고 아직은 생산비가 기존 유전보 다 높은 편이지만 셰일가스 개발은 배 럴당 90~100달러에서 유지되던 국제 유가를 최근 50달러대로 떨어뜨리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같은 미국 정부의 회생 정 책과 IT를 필두로 한 일부 산업의 혁신
이 미국 경제의 내리막길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면, 저유가를 바탕으로 한 소비 여력의 확대야말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 쪽으로 반전하는 계 기가 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 이다. 전체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 는 부분은 거의 70%에 이른다. ◆ 완만한 회복 속 체질개선 시도 전 망 = 최근 미국에서는 여러 경제지표 들이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경제 전 문가들이나 당국 모두 앞으로 중·장 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큰 폭의 성장을 다시 구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하지 않 고 있다. 실업률은 물론 비농업부문 신규 일 자리 같은 다른 고용 지표들도 상승 흐 름을 구가하고 있고, 대표적 소비심리 지표인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2007
년 7월 이후 최고치까지 상승하며 금융 위기 이전 수준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 3분 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기 준으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 록하며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보여주 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가 됐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연준은 지난 17일 통화정책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 하면서 금융위기 직후부터 6년여 동안 유지돼 온 0~0.25%의 기준금리가 내 년 중반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할 것임 을 시사했다. 하지만, 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여러 긍정적 지표들에도 장 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여전히 2.0~2.3%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미국 경제가 2000년 이전의 4%대 성장률을 구가하 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미국 경제 정 책이 일자리의 질 높이기와 제조업 기 반의 회복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공식 실업률이 5%대 후반까지 낮아졌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 지는 못한 상태고, 특히 비정규직 일자 리를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여전히 벗 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최저임 금 인상도 이런 전망과 일맥상통한다. 제조업 기반 회복은 창업 투자와 일자 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도 중점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 다.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 어난 뒤부터 미국에서는 상품을 판매 할 때‘미국산’ 임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졌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미국 기업의 54%가 미국으 로의 설비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도 최근 발표한‘제조업 혁신 허브’진흥 계획에서 연구개발 활 동과 개발된 기술의 상품화를 더 적극 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물론,‘장인도제’관계와 유사한 형태의 직무능력 향상 제도 또한 정부 차원에서 후원하 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