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라모
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 ‘원주민의 춤’
J. Ph. Rameau
‘Danses des Sauvages’ from the Opera 〈Les Indes galantes〉
4’
포 핸즈 편곡: 올리비에 베르네 & 세드릭 메클레르 Transcribed for Organ Four Hands by Olivier Vernet & Cédric Meckler
바흐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중 ‘샤콘느’, BWV 1004
J. S. Bach
‘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minor, BWV 1004
16’
편곡: 앙리 메세레르 Transcribed by Henri Messerer
라벨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일출‘
M. Ravel
‘Lever du jour’ from the Ballet 〈Daphnis et Chloé〉
6’
포 핸즈 편곡: 욘 라우크빅 Transcribed for Organ Four Hands by Jon Laukvik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
A. Borodin
‘Polovtsian Dances’ from the Opera 〈Prince Igor〉
14’
편곡: 이신영 Transcribed by Shin-Young Lee
I
N
T
E
R
M
I
s
S
I
O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I. Stravinsky
〈The Rite of Spring〉
* 본 프로그램은 연주자의 사정에 의해 사전 공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N
35’
ARTISTS
ORGAN
Olivier Latry 오르간│올리비에 라트리
현 시대를 대표하는 최정상의 오르가니스트로서 천부적인 재능과 뛰어난 기량으로 오르간을 전 세계에 널리 알 리는 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올리비에 라트리는, 오르간 음악의 모든 영역을 탐구하는 사려 깊고 모험적인 음악가이자 탁월한 즉흥 연주 능력을 지닌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85년, 만 23세의 나이에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공동 전속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 재 이후에도 복원 과정과 함께 악기의 보존과 재개를 준비했으며, 현재까지 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라트리는 베를린 필하모니, 필하모니 드 파리,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빈 무지크페라인, KKL 루체른, 로열알버트홀, 산토리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또한 에사-페카 살로넨, 유카-페카 사라스테, 안드리스 넬슨스, 켄트 나 가노, 정명훈 등 저명한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 니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오늘날 오르간 음악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상징적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메시앙 오르간 전곡을 발매하는 등 프랑크, 바흐, 리스트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의 음반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동시대 작곡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오르간 레퍼토리 확장에 크게 기여해왔다. 에사-페카 살로넨의 ‘신포니아 콘체 르탄테’(2023)를 비롯해 카이야 사리아호, 티에리 에스카이쉬의 오르간 협주곡, 파스칼 뒤사팽의 ‘파도’ 등 다수 의 작품을 초연하거나 각국 초연으로 선보였다. 가스통 리테즈를 사사한 그는 2024년까지 파리국립고등음악원 교수를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2009년 미 국 오르가니스트협회 ‘올해의 국제 연주자상’을 수상했고 2010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수 여받았다. 2012년부터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William Beaucardet, La Dolce Volta
ARTISTS
ORGAN
Shin-Young Lee 오르간│이신영
깊이 있는 해석과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오르간 레퍼토리부터 직접 편곡한 작품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이신영은 필하모니 드 파리, 라디오 프랑스, 베를린 필하모니, 예테보리 콘서트홀, 리에주 필하모니, 빈 콘체르트하우스, 무파 부다페스트, 마드리드 국립음악당, 댈러스 마이어슨 심포 니 센터,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드레스덴 쿨투어팔라스트, 세종문화회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했다. 독주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도 꾸준히 초청받고 있는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오르가 니스트협회(AGO) 컨벤션에서 새뮤얼 바버의 ‘토카타 페스티바’와 에마 루 디머의 오르간 협주곡을 연주했으며 몬트리올 메종 심포니크 오르간 설치 10주년 기념 공연에도 참여했다. 라티 오르간 페스티벌, 샤르트르 국제 오 르간 페스티벌, 레이캬비크 성음악 페스티벌, 몬트리올 바흐 페스티벌, 하를럼 오르간 페스티벌, 툴루즈 페스티 벌, 산 세바스티안 음악주간 등 세계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현대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이케다 료지의 작품을 연주했으며 클라우스 메켈레의 지휘로 사울리 지노비예프의 ‘Taste of Metal’ 프랑스 초연에 참여했다. 또한 바흐, 생상스, 보로딘, 라벨, 프로 코피예프 등의 작품을 오르간을 위해 직접 편곡했다. 특히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오르간 편곡은 쇼트(Schott) 에서 출판되었으며 라디오 프랑스의 오르간으로 녹음한 영상으로도 소개되었다. 최근에는 예일대학교와 캐나다 왕립 오르가니스트협회에 초청받았고,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과 마스터클래스 지 도자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신영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도불하여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최우수로 졸업했다.
© SON
ProGrAM NOTE 춤과 색채, 리듬, 그리고 오르간 - 라모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오르간과 춤. 언뜻 생각하면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악기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오르가니스트는 여러 단의 건반을 오가며 두 손과 두 발을 끊임없이 움직여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춤 역시 서양음악의 오랜 원천이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춤은 음악의 리듬과 형식을 만드는 중요한 바탕이었고, 바로크 시대에는 실제 춤 을 위한 음악을 넘어 기악곡의 주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춤의 리듬과 몸짓은 수많은 작 곡가의 음악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남았다. 올리비에 라트리는 이번 무대를 관통하는 주제로 ‘춤’을 이야기했다. 라모에서 시작해 바흐, 라벨과 보로딘을 거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이르는 오늘의 프로그램에서 춤은 시대와 작품에 따 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SON
라모ᅵ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 ‘원주민의 춤‘ 편곡┃올리비에 베르네 & 세드릭 메클레르 J. Ph. Rameauᅵ‘Danses des Sauvages’ from the Opera 〈Les Indes galantes〉
장 필리프 라모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18세기 프랑스 오페라-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1735년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 된 이 작품은 당시 유럽인이 상상한 이국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과 갈등을 다루며, 음악과 춤이 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라모는 1720년대 파리에서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춤을 접한 뒤 받은 인상을 건반곡 ‘Les Sauvages(원주민, 야만인)’에 담 았고, 훗날 이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에 사용했다. 곡의 중심에는 짧고 명확한 리듬 동기가 있다. 선율과 반주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며, 일정한 박자 위에서 같은 악구가 반복된 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에 머무르지 않고 음역과 강약, 악구의 배치를 달리하면서 음악에 변화를 준다. 간결한 구조와 분명한 박 절감은 라모의 춤곡이 지닌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반복되는 리듬과 악센트가 음악의 성격을 결정하며, 짧은 곡 안에서도 무대 위 춤의 동작과 박자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바흐ᅵ파르티타 제2번 d단조 중 ‘샤콘느’, BWV 1004 편곡┃앙리 메세레르 J. S. Bachᅵ‘Chaconne’ from Partita No. 2 in d minor, BWV 1004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은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에 이어 샤콘느로 끝난다. 앞의 네 악장이 바로 크 시대의 춤곡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마지막 ‘샤콘느’는 규모와 구성 면에서 하나의 독립된 작품에 가까우며, 바흐의 기악 작 품 가운데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곡이다. 올리비에 라트리는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인 ‘춤’을 설명하며 바흐의 ‘샤콘느’를 특별히 언급했다. 춤에서 출발한 샤콘느가 바흐 의 손에서 대규모 기악곡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샤콘느는 일정한 화성 진행이나 저음의 틀을 반복하며 그 위에 변주를 이어가는 형식이다. 화음 중심의 진행에서 빠른 패시지로, 다시 여러 성부가 복잡하게 맞물리는 짜임새로 옮겨가 며 다채로운 변화를 만들어낸다. 작품 전체의 흐름은 조성의 변화에 의해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d단조에서 시작한 음악은 거듭되는 변주를 거쳐 D장조로 전환되면서 음향과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고, 이후 다시 d단조로 돌아오며 처음의 무게와 긴장 감을 되찾는다. 이처럼 d단조–D장조–d단조의 큰 틀 안에서 리듬과 음형, 짜임새를 달리하는 변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ProGrAM NOTE
라벨ᅵ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일출‘ 편곡┃욘 라우크빅 M. Ravelᅵ‘Lever du jour’ from the Ballet 〈Daphnis et Chloé〉
바흐에서 라벨로 넘어가면 춤은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온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이끌던 발레 뤼스를 위해 작곡되어 1912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목동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사랑과 이별, 재회를 그린 발 레로, 라벨의 관현악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정교한 음색과 화성으로 알려져 있다. ‘Lever du jour(일출)’은 작품 후반부, 해적에 게 납치되었던 클로에가 구출되어 돌아오고 잠에서 깨어난 다프니스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처음에는 낮은 음역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음형이 지속되고, 그 위로 목관악기의 짧은 선율과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음형들이 나 타난다. 처음에는 서로 떨어져 있던 소리들이 차츰 겹치고 음역이 넓어지면서 음악 전체의 밀도도 높아진다. 이어 긴 호흡의 선 율이 등장하면서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한 음악은 점차 넓은 흐름으로 나아간다. 서로 다른 음형이 겹쳐지고 악기들의 음색이 세 밀하게 배치되는 가운데, 어둠이 걷히고 빛이 밝아오는 과정이 음악적으로 그려진다.
보로딘ᅵ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 편곡┃이신영 A. Borodinᅵ‘Polovtsian Dances’ from the Opera 〈Prince Igor〉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발레를 위해 태어난 작품이라면, 보로딘의 〈이고르 공〉은 오페라 안에 실제 춤이 들어 있는 경 우다.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은 12세기 러시아의 서사시 ‘이고르 원정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보로딘은 오랜 기간 이 작품을 작곡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이후 림스키-코르사코프와 글라주노프가 남겨진 자료를 정리해 작품 을 완성했다. 제2막의 ‘폴로베츠인의 춤’은 오페라 〈이고르 공〉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분이다. 포로베츠인에게 포로로 잡힌 이고르 공 을 위해 펼쳐지는 노래와 춤으로, 하나의 춤곡이라기보다 성격과 속도가 다른 여러 춤이 이어지는 대규모 장면이다. 서정적이 고 유연한 선율과 강렬한 리듬의 빠른 춤이 대비를 이루며 전개된다. 넓게 흐르는 선율 뒤에 보다 활기찬 리듬이 등장하고, 다 시 새로운 선율과 춤이 이어진다. 각각 선율과 리듬, 속도에서 뚜렷한 성격을 지니지만 서로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 면서 전체적인 긴장을 높여간다. 후반으로 갈수록 빠른 춤과 강한 리듬의 비중이 커지고 여러 요소가 합쳐지면서 음악은 화려 한 절정에 이른다.
스트라빈스키ᅵ<봄의 제전> I. Stravinskyᅵ〈The Rite of Spring〉
1913년 5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된 〈봄의 제전〉은 20세기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고대 러시아 의 이교도적 제의를 상상한 작품으로, 봄을 맞이하는 공동체의 의식에서 한 소녀가 희생자로 선택되고 마지막에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은 제1부 ‘대지에의 찬양’과 제2부 ‘희생 제의’로 구성된다. 제1부는 높은 음역에서 연주되는 바순 독주로 시작한다. 이어 서로 다른 선율과 짧은 동기들이 차례로 더해지고, 강렬한 화음의 반복과 불규칙한 강세가 특징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제2부에서는 희생을 위한 의식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희생될 처녀가 선택되고, 마지막 ‘희생의 춤’에서는 짧고 단절된 동기와 불규칙한 박자가 연속적으로 맞물리며 극적인 절정에 이른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피아노 한 대를 두 사람이 연주하는 네 손 버전으로도 직접 편곡했다. 관현악의 다양한 음색은 줄어 드는 대신, 작품을 이루는 리듬과 화성, 여러 성부의 구조가 건반 위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포 핸즈 버전은 이러한 네 손 연주를 오르간으로 옮겨, 두 연주자의 네 손과 페달로 원곡의 복잡한 리듬과 여러 성부를 구성한다. 라모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다섯 작품에서 춤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라모에서는 무용의 실제 동작과 직결된 리듬으로, 바흐 에서는 음악 전체를 조직하는 형식으로 남는다. 라벨과 보로딘에서는 무대 위의 움직임이 관현악의 색채와 결합하고, 〈봄의 제전〉에 이르면 리듬 자체가 음악을 움직이는 중심에 선다.
INTERVIEW Q1
Q2
하나의 오르간을 두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려면 네 개의 손뿐만 아니라
부부 듀오 공연은 얼마나 자주 하시는지요? 두 분이 함께 연주할 때만
발의 동선까지 정교하게 맞물려야 합니다. 공간적 제약이나 신체적 동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솔로 연주자’로서 서는
선이 복잡한 오르간 듀오 연주만의 어려움이나, 호흡을 맞추는 데 특별
무대와 ‘부부 듀오’로 합을 맞추는 무대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올리비에 라트리
올리비에 라트리
물론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특히 〈봄의 제전〉 같은 곡에서는 오르간 콘
함께 연주하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서로의 교감을 음악으로 확
솔 위에서 그야말로 안무가 펼쳐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모든 동작 하
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연주하고 다른 한 사람은 듣기만 하는
나하나를 계산하고 몸에 익혀야 하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각자
것이 아니라,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의 ‘공간’을 찾아야 하죠.
이신영 오르간은 건반의 폭이 피아노보다 훨씬 좁지만, 음역은 어떤 악기보다 도 넓습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음색이 만들어내는 폭넓은 음향 세계 를 지닌 악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건반의 폭이 좁다 보니 연주 공간은 생각보다 매우 협소합니다. 오르간 벤치조차 두 사람이 함께 앉기에는 비좁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저희에게 듀오 활동은 음악 활동의 일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각 자 솔리스트로서 세계 여러 곳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 로는 지난 여름처럼 서로 다른 대륙에서 동시에 연주하기도 합니다. 당 시 신영은 캐나다에, 저는 중국에 있었죠. 독주회뿐 아니라 다양한 앙상 블과 오케스트라와도 연주하기 때문에 듀오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횟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1년에 다섯 번 정도일 겁니다.
이신영
여러 단의 건반을 빠르게 오가거나 넓은 음역을 순간적으로 이동해야
저희가 듀오 연주를 시작한 것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함께
하는 패시지를 연주할 때는 아무리 동선을 맞춰 충분히 연습해도 실제
연주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듀오 연주 무대
연주에서 신체적인 충돌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축구 선수
에 오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각자의 솔리스트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
들의 태클처럼 상대를 향한 고의적인 돌격은 아니기 때문에 충격이 크
며, 부부 듀오 공연은 별도의 기획 요청이 있을 때에만 진행합니다. 솔
지는 않습니다.
로 일정과 겹칠 경우 주로 솔로 활동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다만 저에게만 있는 작은 고충이 하나 있다면, 올리비에의 손이 제 손보
저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바로 투명함과 정
다 훨씬 크고 길고 두꺼워 가끔 제 손이 그의 손 아래 깔리는 경우가 있
직함입니다. 이는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보 위의 음들이
는데, 그 통증은 꽤 오래 남곤 합니다.
각자의 음가와 호흡으로 어우러져 음악으로 탄생하는 순간, 그 음악이 가장 올바른 울림을 내기 위해서는 연주자가 투명하고 정직하게 자신 의 내면의 음악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음악 앞에서 정직하다면 결코 연주자가 음악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이 는 어떤 작품을 연주하든, 어떤 무대에 서든 늘 겸손하게 임하도록 만드 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라온 환경도, 배움의 과정도 매우 달랐던 두 사람이 하나의 호흡으로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INTERVIEW Q3
Q4
이번 공연은 라모부터 스트라빈스키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춤’을 하나의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라모부터 20세기 음악 스트라빈스키까지 다양
키워드로 묶었습니다. 오르간은 흔히 성스러운 악기라는 이미지가 강한
한 작품으로 무대를 꾸밉니다. 이번 프로그램과 선곡 취지를 소개해 주
데, 여러 키워드 중 ‘춤’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춤과 결합했을 때
신다면요?
관객들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길 바라시나요?
올리비에 라트리
올리비에 라트리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춤’이 많은 음악의 출발점이었
‘춤’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번 프로
다는 사실입니다. 17세기에 오르간이 미사에서 연주될 때에도 앙드레
그램의 핵심입니다.
레종과 같은 작곡가는 “각 작품이 어떤 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파 악해야 그에 맞는 성격으로 연주할 수 있다. 다만 교회의 신성함을 고려
이신영
해 조금 더 느리게 연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중심축으로 구성했습
수세기 동안 춤은 작곡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작곡 가 장 알랭이 “춤은 말로 표현했다면 지나치게 거칠었을 것을 숭고하게 표현한다”고 말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쇼팽, 브람스, 드보르작, 바르톡, 라벨의 음악에서도 그렇지 않나요? 수많은 춤곡을 작곡했던 바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 히는 놀라운 ‘샤콘느’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오르간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오 케스트라적인 면모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 를 온전히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신영 ‘춤’은 오르간 음악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춤이 체계화되어 꽃을 피운 바로크 시대는 오르간 음악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 후의 고전과 낭만, 근대 음악 역시 바로크라는 토대 위에서 꽃필 수 있 었습니다. 물론 ‘춤’이라는 단어가 자칫 세속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 습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악기 연주에 능했던 다윗왕이 하나님을 찬 양하며 옷이 흘러내릴 정도로 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어떤 춤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한 움직임 이었을 것입니다. 춤의 의미는 시대와 목적, 음악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서는 종교적·세속적 구분을 넘어, 프로그램의 중심 작품인 〈봄의 제전〉 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오르간이라는 악기 위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 날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했습니다.
니다. 〈봄의 제전〉과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은 모두 발레와 함께하 는 작품입니다. 비록 이번 무대 위에 무용수는 없지만, 오르간을 연주 하는 움직임 자체가 때로는 발레의 역동성과 긴장감을 떠올리게 합니 다. 각 나라와 시대가 품고 있는 춤의 언어가 오르간의 다채로운 음색 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지 함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Q5
Q6
이번 무대에서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을 직접 편곡한 솔로로 연주
하이라이트인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가 직접 만든 네 손 피아노
합니다. 오페라나 관현악곡을 오르간으로 옮길 때, 원곡에서 무엇을 살
버전을 바탕으로 하고, 두 분은 이 곡을 음반으로도 남겼습니다. 관현악
리고 무엇을 내려놓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의 색채를 오르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과 이번 롯데콘서트홀 실황에서 기대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신영
올리비에 라트리
2019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연례 연주에 초청받았습니다. 당시 저
오르간으로 〈봄의 제전〉을 연주할 때 저희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는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문득 이 작품이
음향 가운데 ‘일부’를 재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연주하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간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
는 것은 오르간이며, 오르간만이 가진 고유한 소리를 잊지 않습니다. 그
트르담 대성당의 최초 오르간이 설치된 시기는 ‘폴로베츠인의 춤’이 수
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끊임없이 음색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과정
록된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의 시대적 배경과 정확히 일치합니
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이 버전의 연주를 듣고 실망
다. 탄생 시기가 같은 노트르담의 오르간과 〈이고르 공〉의 전설이, 중세
하거나 오케스트라 버전이 아쉽다고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장인들의 기술과 미학이 축 적된 이 악기에서 폭발적인 생명력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
이신영
는 듯했습니다. 노트르담의 오르간에는 건반에서 손을 떼어도 음을 지
〈봄의 제전〉은 다채로운 음색과 원초적인 리듬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
속시킬 수 있는 소스테누토(Sostenuto), 페달 건반의 좌우를 서로 다
품입니다. 이 곡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은 오르간이
른 음색과 성부로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페달 디바이드(Pedal
지닌 무한한 음색의 조합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관현악적 색채
Divide) 등 현대적인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저에
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곡 전반을 관통
게 새로운 편곡을 구상하게 만든 큰 영감이었습니다.
하는 긴장감과 생명력은 이러한 음색의 변화와 더불어 타악기의 역동
저에게 편곡이란 원곡을 다른 악기로 옮기는 작업에 그치지 않습니다. 악기가 지닌 역사와 공간이 품은 울림, 그 시대의 기술과 연주자의 상 상력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그 만남 속에서 오르간이 아직 들려주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익숙 한 음악이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를 기대 하며 편곡합니다.
성을 연상시키는 페달 연주를 통해 더욱 극대화됩니다. 끊임없이 음색 을 바꾸고 익스프레션 박스(swell box)를 조절하는 동시에 페달로 리 듬과 타악적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음을 내지 않는 순간에도 손과 발이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연주는 청각적인 경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연주자의 움직임 자체가 음악의 일부가 되어,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청각적 효과와 함께 시각적인 즐거 움까지 경험하실 수 있는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INTERVIEW Q7
Q8
피아노 포 핸즈에 비해 오르간 포 핸즈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아
오르간은 흔히 교회음악이나 종교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악기입니다.
직 오르간 포 핸즈 공연을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이번 무대의 감상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악기로서 오르간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포인트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생각하시나요?
올리비에 라트리
올리비에 라트리
그렇게 드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레퍼토
오르가니스트로서 저 자신도 50년 넘게 오르간을 연주해왔지만, 이
리를 연주하는 오르간 듀오가 여러 팀 있으니까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
악기가 얼마나 다양한 음악과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지를 발견할 때마
듯 저희에게 듀오 연주는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어떤 작품이
다 지금도 놀라고 감탄합니다. 오르간은 교회뿐 아니라 콘서트홀, 성,
오르간에서 듀오로 연주했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신
개인 주택, 시청, 영화관 등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야외나 기차역
해야 합니다. 저희가 충분히 확신할 수 있다면 관객 역시 그 음악에 설
에 설치된 오르간도 있고, 미국의 한 피자집에 설치된 오르간도 본 적
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있습니다.
이신영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올리비에 메시앙은 오케스트 라와 오르간을 위한 협주곡을 두고 ‘두 힘의 대립’이라는 표현을 남겼습 니다. 오르간을 하나의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데에는 오늘날에도 거 의 이견이 없습니다. 그만큼 오르간은 단일 악기임에도 독립된 관현악 적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오르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가운데 하나이며 수세기에 걸 친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애틀랜틱시티의 오르간 처럼 3만 3천 개의 파이프를 가진 거대한 악기가 있는 반면, 한 단의 건 반과 몇 개의 파이프만으로 구성된 아주 작은 오르간도 있습니다. 이처 럼 다양한 형태와 가능성을 지닌 악기이기에 폭넓은 음악 장르를 품을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르간 포 핸즈 역시 이러한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비유하자 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두 명의 지휘자가 함께 이끄는 것과 유사합니
이신영
다. 오르가니스트는 작품마다 악기의 구조와 음향적 특성을 고려해 어
오르간은 가장 미세한 속삭임에서부터 건물 전체를 울리는 듯한 장엄
떤 음색을 사용할지, 각 성부를 어떻게 배치할지, 어느 순간에 음향을
한 울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폭넓은 음향의 스
확장하거나 절제할지를 설계합니다. 따라서 두 명의 오르가니스트가
펙트럼을 품은 악기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오르간 음악의 본질
한 악기를 함께 연주할 때에는 서로 다른 음악적 관점과 음향적 이상을
은 음량이나 음색 이전에 ‘호흡’에 있습니다. 사람이 언어를 통해 마음
끊임없이 조율해야 합니다. 대화와 양보, 절충을 통해 하나의 오케스트
을 전할 때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쉼과 흐름으로 의미
레이션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바로 오르간 포 핸즈의 가장 큰 과제이자
를 완성하듯 오르간 역시 호흡으로 이야기합니다. 그 호흡은 연주자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끝에서 태어나며 매 순간 새롭게 빚어집니다. 같은 악보를 연주하더
여기에 오르간만이 가진 또 하나의 본질적인 요소인 ‘호흡’이 있습니 다. 파이프를 울리는 바람은 단순한 동력원이 아니라 음악을 살아 있 게 만드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피아노 포 핸즈가 두 연주자 가 하나의 건반을 공유하는 연주라면, 오르간 포 핸즈는 하나의 악기 를 둘이 함께 지휘하고 설계하며 호흡하게 하는 음악적 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도 동일한 호흡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르간에서의 호흡이 하나의 서사가 되는 순간 음악은 비로소 생명을 얻습니다. 음과 음 사이의 쉼 마저 의미를 지니고, 프레이즈는 단순한 선율을 넘어 하나의 문장과 이 야기로 이어집니다. 저는 그때 비로소 오르간 음악이 가장 아름답게 피 어난다고 믿습니다. 오늘 이 연주가 오르간의 화려한 음향을 넘어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호 흡과 이야기, 그리고 침묵마저 음악이 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 이 되기를 바랍니다.
Q9
Q10
연주자로서 서로의 장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8년 만에 한국에서 부부 듀오 무대를 선보이게 되셨습니다. 롯데콘서 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아 다시 이곳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소회가 궁 금합니다.
올리비에 라트리
올리비에 라트리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서 자
벌써 10년이라니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도
신의 모습을 발견하죠. 저는 신영의 능력과 음악성, 집중력에 늘 감탄
매우 친근했던 한국 관객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즉흥연주
합니다. 그녀와 함께 연주할 때면 완전히 신뢰하고 음악을 맡길 수 있
를 할 때 느꼈던 관객들의 기대와 흥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습니다.
이신영 남편은 제가 감히 그의 장점과 단점을 숙고해볼 만한 정도의 오르가니 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 길어지는 것 을 피하기 위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편은 좋은 연주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몇 가지 장점만으로 설명하기 어 려운 정말 대단한 연주자입니다. 책 한 권의 분량은 되어야 그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저희가 꾸준히 함께 연주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고국인 한국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분명 더욱 특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신영이 저보다 자신의 마음을 훨씬 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신영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하다 보면 문득 고국의 향기와 이미지가 일상 속에 스며 나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해 질 무렵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집 으로 돌아가는 모습, 온 세상을 환하게 깨우는 아침 햇살 같은 평범한 풍 경 속에서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했던 고국에서의 일상은 시간과 함께 소 중한 추억이 되었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대학 시절 ‘프랑스 문화와 예술’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 습니다. 교수님께서 프랑스 리옹에서 유학하던 시절, 학업의 부담과 지 친 타국 생활에 번아웃이 찾아올 때면 냉장고 문을 열어 고추장 한 스 푼을 드시곤 했는데, 그 한 스푼이 신기할 만큼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는 이야기였습니다. 저에게 고국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추억 한 스푼 만으로 힘을 실어주고, 고추장 한 스푼으로 고뇌와 고달픔을 잊게 해주 는 곳. 친정 같고, 다시 출발할 용기를 얻게 하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 죠. 유학 시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이미 제 나라가 두 팔을 벌 려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 귀국도 그때와 같은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남편과 함께 한 무대에 서서 연주할 수 있게 되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고국을 떠난 지도 어느덧 사반세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세대의 훌륭한 연주자와 교육자들이 오르간의 가치를 알리고 음악을 통해 수 많은 사람과 교감하며 한국의 오르간 문화를 정성스럽게 가꾸어왔으리 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안에서 배우며 자랐습니다. 이제는 받은 것 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릴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다시 고국을 찾게 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