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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Organ Series I. Cameron Carp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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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J. S. BachᅵGoldberg Variations, BWV 988

INTERMISSION

무소륵스키│전람회의 그림 (카펜터 편곡)

M. Mussorgskyᅵ Pictures at an Exhibition (Arr. Carpenter)

Ⅰ. 난쟁이ㅣGnomus

Ⅱ. 고성ㅣIl vecchio castello

Ⅲ. 튀일르리 정원ㅣTuileries (Dispute d’enfants après jeux)

Ⅳ. 소달구지ㅣBydło

Ⅴ. 껍질 덜 깬 병아리들의 발레ㅣBallet des poussins dans leurs coques

Ⅵ. 사무엘 골든베르크와 슈뮐레ㅣSamuel Goldenberg und Schmuyle

Ⅶ. 리모주 시장ㅣLimoges (Le marché)

Ⅷ. 카타콤베 - 죽은 자들과 함께, 죽은 언어로ㅣCatacombae - Cum mortuis in lingua mortua

Ⅸ. 닭발 위의 오두막 (바바야가)ㅣLa cabane sur des pattes de poule (Baba-Yaga)

Ⅹ. 키이우의 대문ㅣLa grande porte de Kiev

ORGAN Cameron Carpenter

오르간ᅵ카메론 카펜터

19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티터스빌 출생의 오르가니스트 카메론 카펜터는, 동시대 가장 독창적이며 도전적인 음악가 가운 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어린 시절 홈스쿨링을 통해 음악적 기초를 다진 뒤, 프린스턴 소재 아메리칸 보이콰이어 스쿨에 서 수학하며 합창단원, 반주자, 솔리스트로서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 예술학 교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거치며 연주자로서의 전문적 기반을 확립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레퍼토리를

한 오르간 트랜스크립션 작업에 주력해 온 그는, 기존 레퍼토 리의 경계를 확장하며 오르간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2008년 텔락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 〈Revolutionary〉로 오르가니스트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2009년 피터스 에디션과 출판 계약을 맺으며 작곡가 이자 편곡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0년에는 활동 거점을 독일로 옮기며 유럽 음악계에서의 존재감을 한층 강화했다. 2011년 그가 작곡한 오르간 협주곡을 쾰 른 필하모니에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알렉산더 셸리의 지휘로 초연했으며, 전 세계 주요 무대에서의 리사이틀과 오케스트

라 협연은 물론 TED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 출연과 국제 포럼에 연사로 참여했다. 2012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음악축제에 서 레너드 번스타인상을 수상했으며, 2012–2013 시즌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최초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소니 클래시컬과 전속 음반 계약을 체결한 그는, 2014년 직접 설계한 ‘인터내셔널 투어링 오르간(International Touring Organ, I.T.O.)’을 링컨센터와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악기를 기반으로 한 그의 공연은 오르 간의 음향적 가능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팜비치 크래비스 센터에 설치된 오르간의 설계와 초연을 맡으며 악기 제작과 연주의 경계를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 갔고, 2017–2018 시즌에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2018–2019년 시즌에는 상하이 심포니 오 케스트라와의 세계 초연을 비롯하여 피츠버그 교향악단, 빈 라디오 심포니, 밤베르크 심포니,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했으며, 2019년에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의 지휘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음반을 발매했다.

다양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확장해 온 카펜터는,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재정의 하는 대표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렬한 무대 장악력과 탁월한 테크닉, 그리고 음악을

오늘의 프로그램은 하나의 장대한 음악적 서사를 예고한다. 그리고 이 안에 서로 다른 이야 기와 풍경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 여정의 시작점에서 우리는 음악이 지닌 두 가지 중요한 성격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음악은 때로 논리와 구조를 따라 전개되며 하나의 질 서를 형성하고, 때로는 눈앞에 장면을 그리듯 생생한 이미지를 펼쳐 보인다는 것.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러한 음악적 사고가 얼마나 치밀한 구조 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나의 아리아에서 출발한 변주들은 서로 다른 분위기와 음악적 구조를 이루며 이어지고, 그 안에서 바흐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건축적 질 서를 펼쳐 보인다. 청중은 수많은 방과 통로를 지나며 각각 다양한 음악의 짜임새와 그 아름 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친구 화가의 그림에서 출발한 표제적 장면들이 음악으로 옮겨지며 하나의 전시장이 펼쳐진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프롬나드’

는 관람자가 전시장 안을 산책하듯 그림 사이를 이동하는 발걸음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서 로 다른 방식으로

PROGRAM NOTE

바흐ᅵ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J. S. BachᅵGoldberg Variations, BWV 988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1741년경 출판된 클라비어 연습곡집 제4권에 포함된 작품으로, 바로크 시대 변주 형식의 정점을 이루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이 작품은 단순한 변주곡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건축으로 여겨지며, 바흐

의 작곡 기법과 상상력이 집약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작품의 탄생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일화가 전해진다. 바흐의 제자였던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가 드레스덴

의 러시아 대사였던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을 위해 이 작품을 연주했다는 일화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백작이 밤마다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바흐에게 부탁했고, 그 결과 이 변주곡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일화는 바흐의 첫 번째 전기 작가인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 이 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흥미로운 일화로 받아들여지는 인식과 달리 그 역사적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음악학 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흥미로운 사실로 바흐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제목을 사용 또는 언급한 적이 없었으며, 원래의 제 목은 “Aria mit verschiedenen Veränderungen”(여러 변화가 있는 아리아)였다. 여기서 사용된 ‘Veränderungen(변화)’이라 는 단어는 단순히 작곡 기교적 변주를 의미하는 ‘Variation’의 의미를 넘어선 더 높은 차원의 것을 암시하며, 변주곡의 내용은 이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즉 바흐는 기술적 변주를 넘어선 음악적 다양함을 구상하였으며 이루어냈다. 바로크 시대 변주곡은 크게 멜로 디 선율을 변주하는 것과, 베이스/화성 구조를 변주하는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뉘는데 바흐는 후자를 더욱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 다. (또 다른 바흐의 가장 유명한 베이스 선율에 의한 변주곡의 예로 〈파사칼리아 c단조, BWV 582〉가 있다) 이 아리아 32마디의 화성 진행과 베이스 구조 위에 서른 개의 서로 다른 음악적 세계를 펼쳐 놓으며 놀라운 다양성과 통일성 즉, 변하는 것(변주)과 변하 지 않는 것(베이스 구조)의 조화를 구현한다.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아리아는 단순하고 우아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적 토대 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토대 위에서 이어지는 변주들은 서로 다른 분위기, 성격, 구조를 지니는데 몇 가지 공통점을 토대로 한 분 류는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두 성부 인벤션적 변주 - 제1변주, 제5변주, 제8변주, 제11변주, 제14변주, 제17변주, 제20변주, 제27변주

바흐는 두 성부로 이루어진 곡(Bicinium)을 즐겨 사용했다. 이미 하나의 선율에서 형성되는 화성감에 추가로 곁들여지는 선율로 서 대위법을 구사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성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디로든 음악이 뻗어나갈 수 있었다. 즉, ‘규칙’과 ‘자유’가 공존 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개방적인 형태이다. 두 성부는 선적, 화성적, 대위법적으로 긴밀하게 얽히며 활발한 대화를 나눈다. 특히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이러한 두 성부 중심의 음악이 등장한 뒤에 카논이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남을 관찰할 수 있다. 비 교적 자유롭게 전개되는 두 성부의 음악 뒤에 엄격한 대위법 형식인 카논이 등장함으로써 구조적 긴장과 균형을 형성하기에 이른 다. 이러한 배열은 작품 초반부에서 특히 분명하게 나타나며 바흐의 치밀한 구조를 드러낸다.

토카타적 변주 - 제5변주, 제14변주, 제28변주, 제29변주

빠른 패시지와 화려한 기교가 강조되는 변주들도 등장한다. 제5변주에서는 두 손이 빠르게 교차하며 진행되는 음형이 이어지는 데, 이러한 연주 방식은 바로크 건반 음악의 토카타적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제14변주 역시 유사한 활력을 지니며 빠른 움직임 속 에서 음악적 에너지를 드러낸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면 제28변주와 제29변주가 연이어 등장하며 다시 한번 화려한 기교가 펼 쳐진다. 이 두 변주는 긴 여정의 마지막을 향해 음악적 긴장을 점차 고조시킨다. 푸가적 변주 - 제10변주(푸게타), 제22변주, 제30변주(쿠오드리벳)

바흐 특유의 대위법적 사고는 여러 변주에서 나타난다. 제10변주는 작은 푸가 형식인 ‘푸게타(fughetta)’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 제가 차례로 등장하며 서로 모방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제22변주 역시 엄격한 대위법적 진행 속에서 푸가적 성격을 지닌다. 마지

막 제30변주는 두 개의 민요 선율을 결합한 ‘쿠오드리벳(Quodlibet)’ 형식이지만, 서로 다른 선율이 동시에 진행되는 대위적 결합

이라는 점에서 역시 푸가적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

춤곡적 성격의 변주 - 제7변주, 제13변주, 제19변주, 제24변주, 제25변주

바흐는 여러 변주에서 춤곡을 연상시키는 리듬과 성격을 활용한다. 제7변주는 지그의 리듬을 지니고 있으며, 제19변주 역시 가볍 고 경쾌한 춤곡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제24변주는 특히 흥미로운 예로, 작품의 카논 구조 속에서 등장하는 8도 카논이면서 동시 에 빠른 지그의 리듬을 지닌다. 이처럼 바흐는 엄격한 대위법적 구조와 춤곡의 생동감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느리고 서정적, 내 면적 성격의 춤곡도 등장한다. 제13변주는 노래하는 선율과 느린 움직임 속에서 사라반드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작품 후반부의 제25변주는 더욱 깊고 어두운 정서를 지닌 음악으로, 느린 템포와 무게 있는 화성 진행 속에서 역시 사라반 드 성격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 변주는 종종 작품 전체에서 가장 내면적인 순간으로 언급되며, 긴 변주의 여정 속에서 정서적 으로 가장 깊은 지점에 해당한다.

프랑스 서곡 - 제16변주

작품의 정확한 중간 지점에 위치한 제16변주는 프랑스 서곡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중한 붓점 리듬으로 시작되는 서주와 이어

지는 빠른 푸가적 부분은 바로크 시대 오페라 서곡을 떠올리게 하며, 마치 새로운 막이 시작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같은 악기에서 연주된다는 면에서 건반 연습곡집 1권 중 파르티타 제4번의 첫 악장과는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구성은 작품 전체의 구조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 역할을 하며, 변주곡의 후반부가 새롭게 펼쳐지는 순간을 알린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변주들이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건축 안을 거니는 경험과도 같다. 각각의 변주는 독립적인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모두가 동일한 구조적 토대 위에서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질서를 이룬다. 청중은 이 다양한 음악적 공간을 지

나며 각기 다른 짜임과 음향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긴 여정의 마지막에 이르면 바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품을 마무리한다. 제30변주는 두 개(견해에 따라 3개 이상)의 민요 선율 을 결합한 쿠오드리벳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흐의 가족들은 모임에서 종종 여러 노래를 겹쳐 부르는 쿠오드리벳을 즐겼다고 전해 지는데, 이러한 음악적 놀이가 이 작품의 마지막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Ich bin so lang nicht bei dir g’west”(나는 이렇게 오래 당신 곁에 없었네요)와 “Kraut und Rüben haben mich vertrieben”(양배추와 순무 때문에 나는 떠나게 되었네)라는 익살스

러운 가사를 가진 민요 선율이 결합되어 있다. 엄격한 구조 속에서 이어지던 음악은 이 순간 인간적인 유머와 따뜻한 미소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시

M. MussorgskyᅵPictures at an Exhibition (Arr. Carpenter)

모데스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1874년에 작곡된 작품으로, 음악이 시각적 이미지를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를 보여주는 클래식 음악 문헌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표제음악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무소륵스키의 친구였던 화가이자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열린 유작 전시회를 보고 받은 인상에서 탄생하였는데, 그는 여러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장면들이 이어지는 독특한 음악적 전시장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본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으며, 거친 질감, 갑작스러운 대비, 그리고 강렬한 색채를 만들어내며 각 그림의 개성을 음악 적으로 시각화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곡가 사후에 다양한 편곡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으며, 특히 1922년에 이루어진 모리스 라벨의 오케스트라 편곡은 오늘날 가장 널리 연주되는 버전으로 자리 잡았다. 라벨은 무소륵스키의 독특한 화성과 리듬을 유 지하면서도 관현악의 다양한 음색을 활용해 각 장면의 색채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확장하였다. 이처럼 〈전람회의 그림〉은 하나의 피

아노 작품에서 출발하여 이후 다양한 악기 편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음향 세계로 확장되어 온 작품이기도 하다.

오늘 연주되는 오르간 버전 역시 이러한 확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종류의 음색과 폭넓은 음역 구현 및 다이나

믹한 표현이 가능한 오르간은 다양한 레지스트레이션을 통해 관현악에 가까운 음향적 스펙트럼을 구현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기 본이 되는 현악 앙상블의 음색, 강력하고 화려한 금관과 같은 울림, 부드러운 목관의 색채, 혹은 종소리와 같은 밝은 음향까지도 표현 할 수 있는 오르간의 특성은 이 작품이 지닌 장면적 성격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웅장한 공간 속에서 울려 퍼 지는 오르간의 음향은 음악이 그려내는 전시장의 공간감을 더욱 확장시키며, 청중에게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여러 회화 작품을 묘사한 각 악장의 중심에는 ‘프롬나드(Promenade, 프랑스어로 ‘산책’의 뜻)’라는 제목이 자리한다. 이 선율은 전 시장 안을 걸어 다니는 관람자의 발걸음을 표현하는 음악으로, 작품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장중하고 당당한 리듬을 가진 이 선율은 처음에는 힘차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이후 그림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다. 때로 는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로, 때로는 어두운 색채로 바뀌며 등장하는 이 프롬나드는 작품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묶어주는 역 할을 한다. 전체 작품 중 총 5개의 악장이 프롬나드의 제목으로 1, 3, 5, 8, 11번째 악장에 배치되었고(다른 제목을 가진 2개의 악장 에서 부분적으로 2회 더 등장) 이 반복과 변형은 마치 같은 전시장 안을 걸으면서도 관람자의 감정과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험 을 떠올리게 한다.

프롬나드 사이의 각기 다른 성격의 장면들 중 몇몇 언급할 만한 악장들은 아래와 같다.

난쟁이 (Gnomus)

고성 (Il vecchio castello)

고성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중세의 오래된 성 앞에서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장면을 그린 이 음악은 길고 느린 선율

속에서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둡고 고요한 음향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잠긴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처럼 이어지는 선율은 오래된 돌벽 사이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와 같은 인상을 남긴다.

소달구지 (Bydło)

작품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인 이 곡은 무거운 소달구지가 길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낮고 묵직 한 리듬 속에서 시작된 음악은 점점 커지며 마치 달구지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다시 멀어지며 사라진다. 이러한 음향적 움직임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음악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오르간에서는 깊은 저음 레지스터를 통해 이러한 무게감이 더

욱 강조될 수 있으며, 거대한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는 듯한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덜 깬 병아리들의 발레 (Ballet des poussins dans leurs coques)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음악으로, 가볍고 빠른 음형들이 이어지며 막 부화하려는 병아리들의 익살스럽고 경쾌한 움직임을 표현한다. 작은 생명들이 껍질 속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Catacombae - Cum mortuis in lingua mortua)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 점차 분위기가 장중해지는 부분으로 지하 묘지의 음산한 공간이 묘사된다. 무겁고 어두운 화성은 깊은 지 하 공간의 정적을 떠올리게 하며, 음악은 마치 횃불을 들고 어두운 통로를 걸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죽은 자들 과 함께, 죽은 언어로(Cum mortuis in lingua mortua)’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프롬나드 선율이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순

간 음악은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 죽음과 기억에 대한 내면적인 사색으로 깊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키이우의 대문 (La grande porte de Kiev)

이 여정의 마지막 곡으로 장대한 절정에 이른다. 하르트만이 설계했던 기념문 디자인에서 착상을 얻은 이 음악은 장엄한 화성과 종

소리를 연상시키는 울림 속에서 작품 전체를 마무리한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화음과 찬가와 같은 선율은 거대한 문 앞에 서 있 는 듯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오르간의 장대한 음향은 이 마지막 장면에서 압도적인 울림을 만들어내며, 마치 거대한 성당 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장관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전람회의 그림〉은 서로 다른 장면들을 연결하는 음악적 산책 속에서 마치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만들어낸다. 관 람자가 전시장 안을 거닐며 그림들을 차례로 마주하듯, 청중 역시 음악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을 따라가며 그림 속의 공간과 이야기 들을 상상하게 된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드뷔시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음악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시각적 이미지를 음악적 표현으 로 옮겨온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물론 시각적 이미지를 음악으로 환기하려는 시도는 프랑스 18세기 건반음악에서도 일찍이 발견되지만, 무소륵스키의 이 작품은 그러한 시도를 한층 더 확장하여 음악 예술이 지닌 폭넓은 표현 가능성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의 위대함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연주자, 관객의 반응은 압도적이었다.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고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변한다."

" Extravagantly talented, the audience response was raucous.. everything he touches turns fantastical and memorable."

-뉴욕타임스ㅣTheNewYorkTimes-

" 악기의 가능성을 새롭게 확장하는 아티스트.

그처럼 기교적으로 뛰어난 오르가니스트를 본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음악성이 탁월하다."

" A questing, game-changing artist, Carpenter is one of the rare musicians who changes the game of his instrument. He is technically the most accomplished organist I have ever witnessed.. and, most important of all, the most musical."

-로스앤젤레스타임스ㅣLosAngelesTimes-

" 오르간에 금지된 매혹을 되돌린 ‘타락한 천사’.

손건반과 발건반, 그리고 수많은 스탑을 지배하는 전능한 연주자."

" Afallenangelwhogivestheorganbackitssin thedecathleteofmanuals,pedals,andstopknobs."

-디차이트ㅣDieZeit-

" 그는 진정한 개척자이자, 정통을 구현하는 비르투오소이다."

" Heisatruepioneeringmusician,andaclassicby-the-bookvirtuoso."

-노이에취리히차이퉁ㅣNeueZürcherZeitung-

" 재치 있는 쇼맨십과 눈부신 기교, 그리고 깊이 있는

음악적 사유를 이처럼 완벽하게 결합한 동세대 음악가는 없었다."

" NoothermusicianofCarpenter’sgenerationhasmoreadeptlyfused shrewdshowmanship,dazzlingtechniqueandprofoundthinkingabout hisinstrumentandhisplaceinthemusicalcosmos."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ㅣTheSanFranciscoChronicle-

카메론 카펜터는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오르가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화려한 무대 존재감과 대담한 레퍼토리 선택으로 주목받아 온 그는, 최근 들어 보다 절제된 태도로 음악을 마주하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오늘 공연을 앞두고, 오르간과 레퍼 토리, 그리고 지금의 음악관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Q1. Q2. Q3. Q4.

오르간은 어떤 계기로 배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르간의 어떤 부분이 당신을 매료시켰나요?

콘솔의 정교한 제어 시스템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색채의 스탑이 암시하는, 그 악기가 지닌 방대한 음악적 가 능성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어린 시절의 음악 경험이 현재의 독립적인 음악관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시나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음악적 접근은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청중이 알지 못하는 음 악학적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기보다, 자유롭게 사고하는 태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무대 존재감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연에서 시각적 요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러한 면모는 커리어 초기에 더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제 성격과 스타일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시각 적 요소가 더 중요했지만, 지금은 음악 자체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명곡부터 다양한 장르를 오르간으로 편곡해 왔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작품을 선택하고 편곡하는 기준 은 무엇인가요?

제가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음악 대부분이 오르간 곡이 아니었기에, 연주를 위해 편곡이 필요했을 뿐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편곡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 Dovile Sermokas

Q5.

현재 편곡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향후 편곡을 고려하고 있는 K-POP 곡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무성 영화에 오르간 즉흥연주로 음악을 더하는 라이브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앞으로 더욱 늘려가려고 합니다. 케이팝을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다소 거리를 느끼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기본적으

로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Q6.

바흐와 고전 레퍼토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시간을 초월해 살아남는, 불멸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Q7.

베를린 필하모니 등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음악적 여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오르간과 그 미래에 대한 제 음악적 신념을 제시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Q8.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제가 연주해야 할 작품에 모든 음악적 시간과 집중을 쏟고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음악을 듣거나 생각하지 않습니다.

Q9.

오르간 연주에는 뛰어난 균형감과 코어 근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건강 관리와 음악 외에 일상에서의 즐거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운동을 즐기며,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디빌딩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10.

레지스트레이션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언제나 그 순간 음악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결정합니다. 특별한 체계나 공식은 없습니다.

Q11.

오르간을 현대적 콘서트 악기로 확장해 온 핵심 철학은 무엇인가요?

제가 사랑하고 평생 배우며 익혀 온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가로서의 삶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12. Q13. Q14. Q15. Q16.

피아노와 비교했을 때 오르간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르간이 더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피아노가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오르간 은 그만큼 독특한 악기이기도 합니다.

바흐와 무소륵스키를 함께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작품의 분명한 대비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음악적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 이상의 깊은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오르간으로 연주할 때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요?

어려움은 악기가 아니라 음악 자체에 있습니다. 어떤 연주자라도 같은 과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인 것

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입니다.

당신의 <전람회의 그림> 편곡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잘 알려진 작품일수록 더 큰 도전이 따릅니다. 청중은 이미 각자의 기대와 선입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연주는 아마 그 기

대와는 다를 것입니다.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인상은 어떠신가요,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소감은 어떠신가요?

음향이 뛰어나고, 관객에게도 매우 편안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에도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작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제 성격과 스타일, 음악을 바라보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며, 다시 여러분들 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인터뷰ㅣ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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