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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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 .
交流)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흘러가다
p. 13 .
堆積)
시간의 흔적이 쌓이다
p. 23 .
p. 31

서울의 중심지며 좋은 교통이라는 을지로의
지리적 이점에 비해 관리 되지 않은 건물, 재건
축 이슈로 인한 싼 월세로 을지로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예술하는 친구 다섯이
모여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하는 작업실, 편안한
아지트 공간으로 계획했다.


용운(YW) 다른 글에서 봤는데, 처음에 솥밥 가
지고 밥을 해먹었잖아요?
윤상(YS) 맞아요. 저기 냉장고 위에 솥 검은색
저걸로 같이 밥 지어 먹었었어요.
YW 처음에 원래는 아예 식당이었던 건가요?
YS 아니요. 처음에는 작업실로 구했는데 그때
저희가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같이 밥 해 먹 고 그게 예술 작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 까...
재원(JW) 뭐 한번 먹자, 밥은 우리 같이 먹자.
YS 꼭 같이 지어서 같이 꼭꼭 씹어 먹어야 좀 덜
미워하고 덜 오해하고 그런 이야기로 좀 시작을 했었어요.
성우(SW) 그게 3층이고, 4층은 작업 공간이 더
있었나요?
YS 원래는 그러니까 원래 3층도 작업 공간으로
보였었어요. 5명이었으니까 이제 공간의 용도
를 좀 생각해 보자 하면서 같이 밥 지어 먹고 하
다가 월세라도 벌어보자 하고 제가 커피를 좀 할
줄 알아서 이게 약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SW 그러면 작업 공간을 좀 빼야 되지 않아요?
YS 네, 근데 그때쯤 이제 한 명은 여기 건너편에 진달래라는 와인바로 옮겨가기도 했어요. 현준(HJ) 그럼 카페로 바뀌면서
건가요?
YS 그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다 그렇게 됐어요.
YW 여기서 주무시진 않으셨어요?
YS 살아보려고 했는데, 여기가 이 동네가 살기에 는 시끄럽고, 인쇄기가 밤새 돌아가는 그 소리도 되게 크고 힘들더라고요.
YW 이 동네는 사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진짜 공 장 소리도 그렇고 직주 근접이 불가능하다.
YS 그렇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YW 그러면 일단 여기 지금 작업실로만 쓰신 거 구나. 다 집이 근처셨어요? 다 각자 서울에서?
YS 그래서 막 텐트 치고 자고 했죠. (하하)
HJ 여기 이렇게 막 바꿔도 건물주께서 터치를 안 하시는 거죠?
YS 그렇죠, 워낙 그전에는 더 쓰기 어려운... 원 래는 그냥 먼지가 엄청 쌓여 있고 어둡고, 여기 안이 거의 안 쓰던 거였어요.
YW 그럼 작업실 들어올 때부터 아예 뜯고 다 한 거에요?
YS 들어온 다음에 뜯었죠
YW 카페로 변하면서요?
YS 그것도 그냥 자연스럽게 사실 됐어요. 카페를 하기 위해서 뜯은 건 아니고.1









둘러앉아 밥 먹으며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는 작업실에서 외부 사람을 초대하여 커피를 마시는 카페로 변화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 는 것은 아니였다. 음악을 연주할 때 초기 멤버 외의 친구를 데려와 함께 듣고 노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작은물’이라는 카페가 시작되었다. 그저 하던대로, 원래 있던 창문에 그림을 그린다거나, 조명 프레임에 그림을 그려 조금씩 변화했다.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때 생긴 인연으로 공사를 도와주신 분과 함께 쓰기 힘들었던 4층 공간을 정비하고, 꾸며나갔다. 천장을 뜯고, 단열을 고려하며 다시 붙이고, 비도 맞으면서 작은물이 커지고 있었다. 4층에 큰 공간이 생김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하 고,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함께 4층 공간을 둘러보며)
YW 지붕이 원래 이런 거였어요? 아니면 뜯으니 까 이 모양이었던 거예요?
YS 이게 저희가 다 바른 거예요. LCD라고 그러 나? 네. 이거를 저희가 다 박은 거예요.나무 구조
는 있었어요. 뜯으니까 이 나무 구조는 있었고.
YW 그리고 그 위에는 다시 뜯으셔가지고 버리
시고?
YS 위에는 슬레이트더라고요. 그러니까 여기가 제 생각에는 불법 증축인 것 같아요. 건물 대장
보면 4층은 안 나와 있고.
HJ 그럼 이거는 왜 붙이신 거예요? 어울릴 것 같
아서?
YS 아니요. 이제 이게 바로 슬레이트니까, 단열 이 안돼서 추워요.
),
JW 그때는 그럼 창고 같은 느낌이었겠네요. 그
리고 이거를 그러면 일부 뜯고 일부 설치하고 이 렇게 하셨겠네요. 다 뜯고 하면 비오고 막 난리 날텐데
YS 그래서 뜯는 것만 업자 불렀고 이제 붙이는 거는
다섯 명이 했어요. 오래 걸렸죠.
YW 그럼 중간에 비 안 왔어요?
YS비 오긴했죠. 맞을 것 맞고. 그래서 대충 되어 있고 비도 가끔 새고 그렇죠
YW 그럼 여기는 일단 벽 빼고는 다 일단 바뀐 거라고 봐야겠네요. 천장도 바꿔 그러니까 기둥 나무 빼고는
YS 그러네요. 이거도 벽을 칠하진 않았어요. 물 로만 좀..
YW 그분들 공연은 어떻게 결정되는거에요?
YS 사실은 주변에서는 저희가 약간 공연장으로
많이 기획 공연을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고 여기
에서 만나서 좀 친구가 됐거나 했을 때 “같이 술
마시다가 공연할 데가 필요한데요” 그러면 “며칠
후에 할까요?” 그런 식으로 하기도 하고 주변에
서 약간 기획하는 친구들이 좀 제안을 해주기도
하는데 너무 아예 모르는 사이는 조금 지양하는
편이긴 해요
JW 원래는 막 공연처럼 하려고는 안 했는데 그
런 식으로 가는 건 어떤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
요.
YS 그거는 저희가 처음에 밥 해 먹었다고 했잖
아요. 원래는 그 멤버 5명이 밥을 해먹는 거였고
그 자리에서 각자의 작업 누구는 음악 누구는 그
림, 글 그거를 한 번씩 좀 요즘에 어떻게 지내냐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다 보니 노래
도 불러주고 하다 보니 그러면 얘 요즘에 얘랑
좀 친하게 지내는데 얘도 초대해서 같이 밥 먹이
고 그런 게 되다 보니까 관계들이 좀 되게 자연
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은 되게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났고 생각
보다 되게 막 너무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YW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YS 저런 컴필레이션 앨범이 만들어졌다거나, 그
것도 집주인분과 한 번 갈등이 있었는데 그때 갑
자기 다들 막 화가 나고 저희는 그냥 또 떠나도
괜찮지 않을까 그것도 아름다운 그림 아닐까라
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막 힘을 앞에서 내주고 오
히려 더 화내주고 그런 것들을 좀 보면서 이게
이제는 우리만의 것이 또 아니게 되었구나 뭐 그
런 것도 배우고.
JW 뭔가 비슷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다
모이면서 알게 모르게 룰 같은 것도 생기고, 같
이 만들어 간다는 게 아까 조금 그런 것 같아요.
YS 이게 그러니까 제가 원하지 저는 이상하게
제가 약간 여기에 히피? 친구들이 여행하다 쉬어
야 되잖아요. 그런데 뭐 어디서 걔네들이 왜 왔
는지.. 서울에 가면 작은 물에 가야한다는 이야기
가 딱 돌았나 봐요. 그래서 점점 시커멓고 머리 막 그러는 친구들이 오는거에요.
YW 근데 뭔가 히피랑 되게 잘 어울리는 공간인 것 같긴 해요.
YS 의도했던 건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문화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엄청 펑크 한 친구들도 엄청 마이너한 친구들도...
YW 그럼 그 여행 작업 저런 것도 그때의 영향
이 있는건가요?
YS 있는 것 같아요. 저 친구가 갑자기 작업 와서 여기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근데 작업을 되게 열 심히 하는 친구 평안하다는 게, 여기 그리고 컴 필레이션의 동화의 일러스트를 그 친구가 여행 떠나기 전에 여기에서 그런 그리는 친구들의 모 임이 있었는데 거기에 한 일원이었는데 한 2~3 년 정도 세계여행 떠났다가 이제 돌아와서 혹시 작은 물에 전시 좀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JW 기획이 아니라 뭔가 묻어 그 사람들의 그런
이게 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와 문화
이게 싹 들어가는 느낌.
저도 이게 이제 유체적이라는 말이 어려운 말했
는데 자 여기가 만든 그런 밥 솥 그거가 그런 문 화의 느낌을 만들면 그거에 링크되는 사람들이 이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와가지고 그 안에
싹 들어오는데 또 자기 걸 남기고 가. 그러면 또
싹 스며드는 느낌이 있어 요. 주변에 육일봉도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
YS 거기가 있어서 되게 든든했던 점은 제가 어 려워하는 또 부류의 친구들이 또 거기에서 또 안 식을 얻더라고요.











JW 공간이라고 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
을 또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뭔가 물리적인 실체 가 있으면.
YS그게 되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그 떠돌이들
이 해외 여행 갔다가 이렇게 막 히피들이 많다
고 했잖아요. 밖에서 고생하고 막 그러다가 여기
에 오면 되게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이거는
제가 없을 때도 제가 저는 정말 되게 쌀쌀맞기도
하고 약간 조금 이렇게 해도 바라시기도 하고 낮
도 가리고
게 편안한 느낌이네. 되게 안정이 되네. 공간이 가진 공간이 작용하고 약간 살아 움직이는 그런
것도 분명히 있다라는 거를 되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얘기하면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랬는데, 조 금 그런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JW진짜 재밌는 게 히피 분들이 공간에서 안정 감을 느낀다는 게 너무 역설적인데, 그러니까 히 피가 원래 노마드(유목민)인데 맞아요. 그러니까 여기가 뭔가 자신들이 소속하는 게 있는 느낌이
YS 서울에 오면 되게 힘들어하는 애들인데, 한동 안은 막 장난 삼아 머리 긴 사람 출입 금지 이러 고. 저도 머리가 길긴 했어요. 맨발 금지, 찢어진 옷 금지 장난삼아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랬죠.
이 공간에서 공연을 하고싶다는 친구를 시작으로 작은물은 공연장, 전시장으로서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전시, 공연을 할 때마다 작은물은 조금씩 바뀌었고, 행사가 끝나 도 그 흔적이 남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YS 여기 원래 지금은 많이 없어졌는데 세운 상
가가 개발되기 전에 200에 20 300에 20 그런
이름으로 미술 그룹들이 꽤 여기저기 또 사라진
미술 그룹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이
제 나갈 때 사갈래? 그런 경우도 많고
YW 악기들은 여기 다 자산인거죠?
YS 악기도 사실 여기에 오는 음악가들이나 친구
들이 하나씩 두게 됐어요.
YW 근데 저런 것들은 다 전시할 때 작품이었던
거죠?
YS 저번에 예전에 작은 물로 어디 그냥 전시를
해달라 그래서 저희가 그냥 여기에서 있었던 윗
분들이랑 그때 가깝게 지내던 작가들이랑 같이
해서 전시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들
었던 거 이제 버리기 그래서
YW 저게 작은물을 보여주는 거구나.
YS 원래 얘가 3층에 달려 있던 조명이긴 해요.
밑에 층에 있었죠.
JW 되게 중요한 친구들이네. 저거는 언제 하신
전시에요?
YS 서울로 7,017에 한 공간에서 했어요.
이런 되게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이런 공간에 대
한 전시인 거고요.
그냥 거기가 시즌별로 전시를 하나씩 했었는
데 혹시 해주실 수 있냐고, 저희는 뭐 할 게 없는
데요. 작은물 같은 느낌으로 한번 가끔 가다 만
들어 주세요. 저 걸려 있는 건 저거는 제주도에
서 이게 해양 쓰레기들이거든요. 그물 그물들이
랑 버려진 나무들 그런 걸 엮어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걸로 그럼 바닥에 깐
것도 마찬가지예요. 이것도 그때 전시 때 저희가 한번 해볼까 하고 사서 했는데 버리기 아깝잖아 요.
YW 너무 괜찮아요. 너무 좋아해요. 저거는 드럼
이에요?
YS 저거는 사람 사진 좀 보여주 저거는 작은 여 기 또 을지로에 글래머 샷이라고 이런 독특한 사 진을 작업을 하는 팀이 있었거든요. 거기 걔네들
이 여기 자주 왔었는데 걔네가 작업실 정리하면 서 이건 작품인데 약간 소유가 너무 여러 명이 되어서 혹시 작은물에 드려도 되냐고 해서
JW 어떻게 보면 이 공간이 진짜 을지로를 다 연 결하는 곳이네요.
YS 글래머 샷이라고 아마 인스타에 치면 아마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여기는 되게 잘 돼서 유 명해진 데거든요.
JW 뭔가 여기가 그렇게 커진 것 같아 자연처럼 여기 되게 많네요. 근데 뭔가 이 공간을 할 때 말 씀 들어보면 그때그때 하시면서 만들고, 하시면 서 생기고, YS 그때 엄청 게을러갖고 그게 다른 공간들처럼 그렇게 체계적이진 않았네요.
JW 기획을 하거나 이건 아닌데 그 안에서 여기 아름다운 미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 고 조금 선택을 하시거나 그런 게 없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거가 어떤 부분이나 어떤 기준이나
어떤 때 막 그런 게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요. YS 일단은 그 자연스럽지 않은 거를 되게 경계 하는 편이고 그래서 여기 도와주겠다는 사람들
이 많았었는데 상업적으로 잘 되게 해주겠다 고
여기서 한국의 mpi를 만들자 이런 것도 있었고… 그러면 이게 더 이상 저희만의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거는 좀 어려워했고 아
니면 또 너무 을지로가 또 하드한 느낌이 있으니 까 너무 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의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나 또 좀 젊은 친구 들이 올 때 좀 가끔 어려울 때가 있었거든요. 한
번 그렇게 해서 만났다가 좀 어려운데? 그리고 약간 또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고 해서 그런 면들 에서는 조금 이야기를 나눠보고 열심히 해서 결 정하는 (방식이죠.)
















JW 여기 전시를 요즘에 다 하세요. 한 번씩 한 번씩. 그럼 그럴 때는 이제 얘들(이전 작품)은 놓
은 상태에서 하다가 원칙이에요? 어때요?
YS 대부분은 이런 게 있는데 괜찮니? 했을 때 괜
찮아요 하면 하고... 작품들은 떼죠. 작품을 떼거 나 가리거나
JW 다르고 끝나고서는 그럼 다시 세팅하시겠네 요. 원하는 대로 이 부분은 여기에 붙여볼까 하 고.
JW 계속 바뀌나요? 전시 끝나고 그냥 마음대로
하고?
YS 한번 어쨌든 정리가 되고
JW 굳이 다시 돌아가야 될 필요도 없고 지금 보
니까 조명도 일부러 설치하신 거죠?
YS 네 그때는
JW 이런 거 은근 많이 힘들던데 그냥 하나씩 이
것도 아니면 한 번에 딱
YS 하나씩 하나씩 저희는 한 번에는 못했어요.
YW 지금의 작은물은 그런 사장님의 취향을 온
전히 담은 공간일까요?
YS 아니에요. 저는 저는 깔끔한 거 좋아해요. (하 하) 미니멀리즘, 근데 근데 그런 자연스러운 거
좋아하긴 해요. 이런 자연스러운 거 그냥...
YW 작은물은 전시나 이런 게 계속 쌓이면서 이
렇게
YS 예 맞아요. 맞아요. 돈은 한 푼도 못 벌었는데
약간 사람 부자는 확실히 된 것 같아서 후회는
없긴 해요. 제가 30대를 여기서 다 보냈는데도... 저희가 처음 돈도 돈이고 처음부터 여기 오래 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근데 계속 늘
어나고 있어서
YW 언제든 작은 물로 다시 갈 준비를
YS 근데 뭔가 또 다른 형태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요. 저는 제가 여기에서 7년을 있었는데, 뭔가 여 기서 되게 좋은 만남들이 많았고 그러면 뭔가 다
른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있겠구나. 나는 좀 떠 나는 게 여기 관계와 커뮤니티한테는 내가 사라 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SW 그런 생각은 언제 드셨어요?
YS 사실 금방 그러긴 했는데 한 5주년 지나고는
이거 내가 마음을 세게 먹어야겠구나 싶었어요.
JW 저도 되게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왜 냐면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문화가 되게 딱 있다 는 거죠. 그 사람은 계속 이제 만들고 또 나가고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문화는 계속 누군가가 유지하고 또 바뀌고 되게 진화가 되는 거죠.
YS 그래야겠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그 거를 배웠어요. 제가 여기서 배운 거는 이게 나 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거...? 저도 이렇게 고생했 는데 그러니까 내 공간 하고 싶을 거잖아요. 내 색깔 하고 싶고... 근데 그렇지
Accumulated the 3rd Floor Plan




시끌벅적한 힙지로 거리와는 다른 진짜 인쇄 골목
쪽에 숨어있는 카페였다. 내부 사진만 보고 왔기 때
문에 입구를 찾기 어려웠다. 평범한 카페라면 사람
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있을 수 밖에 없는 간판 대신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작게 테이프로 써 있는 ‘작은
물3F’가 전부였다. 그 외에는 이 위치에 작은물이라
는 카페가 있다는 표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 었다.
해가 지는 저녁 무렵, 계단 입구가 어두워서 영업
을 하는지 헷갈려 머뭇거렸다. 계단을 올라갈 때 평
소에는 느낄 일이 없는 생소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동안 이 위에 어떤 공간이 있을 지 기대되고 긴
장되었다. 3층에 다다를수록 끝에 보이는 창문으로
빛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고, 벽에 붙은 포스터가
여기가 말로만 들었던 을지로의 숨은 공간임을 암
시했다. 작은물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 음악 소리가
들렸고, 새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첫인상은 화려했
지만 조금 더 들어가니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었 다.
세면대와 포스터들이 붙어있는 작은 중간공간을
지나 작은물에 들어와 입구에 가장 가까운 긴 테이
블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전
체적으로 공간이 보랏빛이라는 점이었다. 전체적으
로 노란색 조명을 써 따뜻한 느낌을 받았지만, 천장 에 매달려있는 조형물에 빛이 투과되어 문과 가장
가까운 이 자리는 보랏빛을 내고 있었다.
천장에 왜 있는지 모르겠는 조형물들이 꽤 많이 매
달려 있었다. 각 테이블에는 모두 다른 화려한 색의
테이블 보가 깔려있고, 어디에서 가져온 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귀여운 소품들이 놓여있었다. 창문이
없는 크고 허름한 벽에는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작은 벽에는 테이블 위에 판
매 중인 앨범과 책이 배치되어 이것 또한 전시로 느
껴졌다. 허름한 벽부터 조명, 소품, 그림, 사진, 창문
밖 을지로 풍경까지 하나하나가 만들어진 방식, 재 료, 분위기가 다 다르고 독특했지만, 이 것들이 모
여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인터뷰 후)
전시된 그림, 사진들과 배치된 책과 앨범은 대부분
작은물에서 전시했었던 작품의 일부이거나 공연했 던 음악들이었다. 혹은 손님이나 친구가 만든 조형 물, 자신이 쓴 책을 두고 가거나, 여행 다녀와서 기 념품을 선물받아 배치한 것이라고 하셨다. 하나하
나가 다 독특했다고 느낀 것은 긴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각자의 이유로 작은물에 모였기 때문이었 다.
질문을 할 때마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셨다. 작
업실로 시작해 카페가 된 것도 월세 정도 벌어볼까 싶어서 자연스럽게 변화했고, 서로 작업을 공유하
는 시간을 가지다 예술을 하는 친구의 친구들까지
모여 자연스럽게 공연, 전시를 했고, 그들의 흔적이
쌓여 지금의 작은물이 된 것이다. 사장님의 ‘자연스 러움’에 대한 의식이 작은물에 모인 각 사람들의 자 취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조화를 이루게 하고, 작 은물이라는 묘하게 매력적인 공간을 형성할 수 있 었던 이유였다.
사장님은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표현하신다. 직접 대화를 하면서도 알렉스룸 사장님처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분은 아니였던 것 같다. 하지만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때에도 소품들을 만지며 카페 를 꾸미고 정리하거나, 원두를 가는 등 할 일이 많 다고 하신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전시, 공연을 기획하며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 끊임없이 작은물 에 또 다른 물결을 일으킨다. 이것이 작은물의 윤상 사장님의 주체적인 삶이었다.
작은물이 고이지 않기 위해 더 긴 시간이 지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떠나려고 한다는 말씀이 ‘자연스 러움’에 대한 의지가 느껴져 멋있다고 생각했다. 자 신이 오랜 시간 몸 담아 가꿔온 공간을 떠난다는 생 각을 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도 이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울컥했고, 솔직히 다루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윤상 사장님은 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바뀌어도 작은 물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쌓이고 흐르 는 공간일 것이다.
자립건축. 自立建築.
Investigation of architecture for the subjective life| No. 01
작 은 물
기획
이재원, 김자경(에이쿱, acoop.kr)
고대웅(작은도시이야기, www.chngdoo.com/services-7)
인터뷰 및 자료 제공
인터뷰 날짜 및 장소
리서치
윤상 (작은물, www.instagram.com/zak_eun_mul/)
2024년 3월 28일, 작은물
연세건축 studio X_UNIT 2 (arch.yonsei.ac.kr)
겸임교수 이재원, 정용운, 허성우, 이현준
책 디자인 및 드로잉
정용운, 허성우
책 디자인 및 구성 총괄
이재원